미국이 마커스 스트로먼(26·토론토)의 호투를 앞세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정상에 올랐다.
미국 WBC 첫 우승 이끌어 MVP #선발투수로 6회까지 노히트노런 #173㎝ 단신이지만 153㎞ 강속구 #푸에르토리코 강타선 꽁꽁 묶어
미국은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WBC 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를 8-0으로 물리쳤다. 2009년 제2회 대회 때 4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던 미국은 네 번째 대회 만에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푸에르토리코는 2013년에 이어 2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미국의 선발투수 스트로먼이었다. 그는 최고 시속 95.2마일(약 153㎞)의 강속구와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푸에르토리코 타선을 압도했다. 6회까지 안타 없이 볼넷만 한 개 내준 그는 7회 선두타자 앙헬 파간에게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6이닝을 무실점(1피안타·1볼넷·3탈삼진)으로 막아내며 결승전 승리투수가 된 스트로먼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스트로먼은 이번 대회에 푸에르토리코 선수로 뛸 뻔 했다. 그의 어머니 아딘 아우판트가 미국의 속령인 푸에르토리코 출신이기 때문이다. WBC는 선수의 국적 뿐만 아니라 부모의 국적을 선택해 출전할 수도 있다. 스트로먼은 고민 끝에 결국 미국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엄마 미안해(sorry, momma)’라는 글을 남겼다.
스트로먼의 키는 1m73㎝다. 신발을 신고 잰 것이어서 실제 키는 더 작다. 그는 신체적 불리함을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했다. 스트로먼은 ‘키로는 심장의 크기를 잴 수 없다(Height doesn’t measure heart)’는 글귀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또 작은 체격을 극복하기 위해 스트라이드(공을 던질 때 다리를 벌리는 동작)가 큰 투구폼을 개발했다. 구종 연구에도 힘써 포심패스트볼, 싱커, 커터 등 3가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지난 3년간 토론토에서 24승16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WBC 관중수 18.5% 증가=이날 WBC 결승전에는 5만1565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예선 라운드를 포함해 2017 WBC 40경기에는 총 108만6720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2013년 대회(88만5212명)에 비해 18.5% 증가한 숫자다. 미국 스포츠비즈니스저널은 ‘이번 WBC는 사상 최초로 총수입 1억 달러(약 112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 야구 변방국이 선전하면서 WBC가 추구하는 가치인 ‘야구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WBC에선 모든 부문에서 수준이 올라갔다’고 극찬했다.
이번 대회에 앞서 ESPN은 WBC가 폐지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대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미니카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빅리거들이 열정적으로 뛰면서 명승부가 이어졌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미국 선수들도 이번에는 똘똘 뭉쳐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7일 방한한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대회 중단을 생각한 적이 없다. WBC는 수익을 내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