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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안희정에게 '정치 말고 농사하라'고 했다?...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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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정치하지 말아라"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형제의 뺨을 때려야 한다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며 늘 상대 경쟁자에게 예의를 갖춰온 안 지사가 최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2013년에 출간된 책『강금원 이라는 사람』 내용 중 일부가 발췌돼 유포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12년 사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일한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에 대한 소전(小傳) 형태를 갖췄다. 책 내용에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몇개월 지난 뒤 강 전 회장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안희정 지사에게 "자네는 정치하지 말고 농사를 짓는게 어떤가"라고 말한 부분이 담겨 있다. 강 전 회장은 당시 상황을 "안희정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표현했다. 강 전 회장의 회고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그 다음날에도 안 지사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고 얘기했고, 보다 못한 강 전 회장이 '그러지 말아라. 내가 도와주겠다'며 안 지사를 위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서거 전인 2009년 3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직접 '정치하지 마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정치하지 말라'고 진담으로 말한다"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이 안 지사에게 '정치하지 마라'라고 한 이유가 그의 정치적 능력을 의심해서는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3월 글에서 후배들에게 정치를 반대하는 이유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포된 『강금원이라는 사람』 책 저자에는 안희정 지사 본인이 포함돼 있다. 이 책은 이광재 강원 지사와 안 지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함께 펴낸 책이다. 

안 지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다 울음이 터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상 캡처]

안 지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다 울음이 터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상 캡처]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정치하지 마라'라고 말한 것은 개인적으로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상처받기를 두려워한 '애정 섞인' 표현이었다는 해석이 더 많다. 실제로 지난 2005년 출간된 노 전 대통령 기록담당 개인 비서였던 이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쓴『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책에는 2002년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직후 제주도를 간 자리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던 이광재, 안희정만을 따로 불러 술을 마신 장면이 담겨 있다. 책에는 "노 전 대통령이 적포도주를 밤늦게까지 마신 뒤 안 지사를 바라보며 '자네들은 정권을 창출한 것으로 이미 승리자야. 나와 함께 일하고, 나와 함께 끝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적혀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안 지사의 손을 잡으며 눈시울을 붉혔다고도 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안 지사를 아끼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도 있다. 지난 2008년 안 지사가 정치를 시작한 후 자서전『담금질』을 내자, 노 전 대통령이 출판기념회에 쓸 축하영상 찍다 말고 눈물을 쏟은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해당 영상에는 노 전 대통령이 "내(나의 사투리) 대신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까지 말하다 울음을 참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채 눈물을 쏟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친구가 한 번도 (내게) 부담을 준 일이 없어요. 인간적으로 말 할 수 없는 빚을 진 것인데 나이가 훨씬 많이 든 나보다 훨씬 속이 깊다"며 "안희정씨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살겠다'는 목표를 자기 성품으로 갖추고, 그걸 해내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데 내가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는 말도 남겼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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