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희정이 문재인에 페이스북 편지 쓴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최성 고양시장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진행한 100분 토론 녹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최성 고양시장이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진행한 100분 토론 녹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후보는 22일 자정을 넘긴 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후보와 문 후보 진영의 비뚤어진 태도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안 후보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은 이날 오후에 녹화한 MBC 100분토론 경선후보 토론회가 방송되고 있던 시각이었다. 이 때문에 ‘안희정 후보 본인이 올린 글이 아닐 것이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해당 글은 안 지사가 자정이 넘은 시각 충남 홍성 관저에서 쓴 글이다. 안 후보 측에 따르면 그는 21일 오후 경선 후보 토론회 녹화 이후 문재인 후보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고 크게 서운해 했다고 한다. 문 후보는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늘 있어왔다. 그러나 네거티브는 상대를 더럽히기 전에 자기를 더럽힌다”고 썼다.

안 후보 측은 “안 후보는 ‘전두환 표창’ 발언이 네거티브로 가는 것을 막자고 공언했고, 그것은 광주 시민들에게 문 후보가 해명할 일이라고 말했다”며 “이를 두고 ‘네거티브 하지 말라’고 지적한 데 대해 크게 서운해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후보의 ‘선의 발언’ 당시 문 후보가 '안희정 지사의 발언에는 분노가 빠져있다'고 한 데서 안 후보가 상처를 받기도 했다”고 했다. 안 후보 측 인사들에게 계속해서 쏟아지는 비난 문자 폭탄도 원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당의 경선후보 등록 후 주로 서울에 마련한 임시 거처에서 출퇴근 했다. 바쁜 선거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날은 토론회 녹화를 비롯한 서울 일정을 마치고 충남 홍성의 관저로 내려갔다. 서울에서 일정을 마친 아내 민주원씨도 안 후보의 연락을 받고 관저로 갔다고 한다. 민 씨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상담 전문가다. 안 후보가 충남 도의회에서 답답한 일이 있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잘 들어줘 동지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안 지사가 이날 서울서 홍성 관저로 퇴근한 데에는 부인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캠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음날 전주를 시작으로 하는 호남 일정이 있어 가까운 충남으로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의 글을 본 문 후보 측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의 캠프에선 "안 지사가 직접 쓴 글이 맞는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두 후보는 그러나 페이스북 글 게재 후 갈등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문 후보는 국회의원회관 공청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상대해야 할 세력은 적폐세력, 부패 특권 구조"라며 "그 세력과 구조를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한 팀이 돼야한다. 후보든 후보 주변 인물들이든 네거티브 만큼은 하지 말자는 당부를 다시한 번 드린다"고 했다.

안 후보는 전북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회에서 강한 다수파를 구성해 차기 정부를 이끌겠다는 제 주장을 야합으로 호도하는 공격은 부당하고 네거티브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다"며 "타협정신을 야합과 무원칙한 정치행위로 깎아내리는 일을 중단해야 국민의 요구를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24일 광주MBC에서 진행되는 경선후보 합동 토론회에서다. 민주당은 25일 호남권 ARS투표를 시작으로 본격 경선에 나선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