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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 활용 … 어르신 맞춤형 ‘치료 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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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초기 치매 등 경증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21일 서울 강동구 KB골든라이프케어센터에서 열린 신체감각프로그램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초기 치매 등 경증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21일 서울 강동구 KB골든라이프케어센터에서 열린 신체감각프로그램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우울증과 초기 치매 증세를 10년째 보이고 있는 전희순(여·79)씨는 최근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이 좋아졌다”는 인사를 자주 듣는다. 지난해까지 간혹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까지 생기면서 가족들의 걱정이 컸다.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도 받고 요양원을 찾기도 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전씨의 가족들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요양원에서 지낸 2개월 여 동안 상태는 더 안 좋았다. 하룻밤 사이 많게는 서너명의 환자가 운명을 달리하는 중환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재활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게 가족들의 판단이다.

서울 강동구 KB데이케어센터 #초기 치매·우울증 환자 교육·간호 #집 가까운 곳 통원 가능해 편리 #금융 기업이 직접 투자한 첫 사례 #IT 프로그램으로 서비스 차별화

전씨의 변화는 지난 1월부터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센터(이하 KB센터)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이 곳은 요양원과 달리 출퇴근 식으로 통원하며 지내는 공간으로 ‘데이케어센터’라고도 불린다.

데이케어센터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10시간 가량 지내면서 기억력·공간지각능력 감퇴를 늦춰주는 인지 재활 교육을 받는다. 노인 세 사람이 한조를 이뤄 미니볼링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레 친구도 사귈 수 있다. 식사도 제공된다.

참석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모습. [사진 김춘식 기자]

참석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모습. [사진 김춘식 기자]

평일 대부분을 이곳에서 머무는 전씨가 부담하는 돈은 한 달 35만원이다. 전씨의 딸 박은미씨는 “어머니가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사귀면서 생기를 되찾으셨고 경제적 부담도 적은 편이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데이케어센터는 초기 치매나 우울증 등 경증 질환을 앓는 노인 환자들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증이 아닌 노인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들의 증상을 지연시키는 교육·간호와 식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세가 비교적 가벼운 노인들을 돌봐주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은 게 장점이다. 요양원과 달리 자신의 집에서 마실 다녀오듯 갈 수 있다.

찾는 이들이 늘면서 데이케어센터는 늘고 있다. 서울에만 312개(지난해 말 기준)가 있다. 최근 7년 사이 200여 곳이 신설됐다. 강수연 KB골든라이프케어센터장은 “초기 단계의 치매 등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최근에는 초기 증상 완화의 골든타임을 잡으려는 가족들의 방문이 잦다”고 했다.

2008년 제정된 노인장기요양보호법에 따라 시설 이용비의 85%를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용자 한 명이 한 달에 부담하는 금액은 30만~40만원(일주일에 5일 방문 기준) 수준이다. 개인 맞춤형 간호·교육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센터의 일과표는 신체 감각 유지를 위한 운동과 기억력 등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치료로 구성돼 있다.

센터의 일과표는 신체 감각 유지를 위한 운동과 기억력 등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치료로 구성돼 있다.

KB센터는 금융 대기업이 직접 투자한 첫 사례다. 최대 49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치매 5급인 이현상(74)씨는 이곳 스마트룸에서 주 4회 태블릿 PC를 활용해 자신의 계산력·기억력·공감각 능력을 측정한다. 측정 결과에 따라 활동 프로그램 종류와 난이도가 달라진다.

서울시는 돌봄 서비스 질을 관리하는 인증제도 등을 만들어 늘어나는 수요에 발을 맞추고 있다. 서울형 인증제도는 시가 센터의 시설 환경 및 간호 서비스의 수준 등 38개 항목을 측정하여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에 합격한 센터에 한해 운영비·인건비로 최대 96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올 한해 167억6000만 원을 투입한다. 현재 187개 업체가 이 인증을 받았다. 김복재 서울시 어르신 복지과장은 “서울형 인증제도를 꼼꼼히 챙겨 어르신과 가족 모두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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