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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 무브먼트 독자 개발 … 목표는 ‘한국의 리차드 밀’ 명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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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기계식 명품 시계를 만들어 국내외 시계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대표. [사진 최정동 기자]

기계식 명품 시계를 만들어 국내외 시계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대표. [사진 최정동 기자]

“한때 번창했던 국내 시계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고 싶습니다.” 기계식 시계 제조기업 아미 에우제니(AMY EUJENY) 김영덕(48 ) 대표의 각오다. 이 회사는 반도체 설비 제조 전문인 화인의 자회사다. ‘아미 에우제니’는 창립자 부부의 영어 이름에서 따왔다. 2014년 경기도 평택에 시계 제조 시설을 만들었다. 시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무브먼트(동력장치)는 물론 주요 부품을 자체 제작한다.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의 아미 에우제니 매장에서 만난 김영덕 대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은 스위스·일본과 함께 세계 3대 시계 제조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대표 #“티타늄 가공해 차별화 승부수”

김 대표가 시계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6년 전 아내와 해외 여행 중 시계 매장에 들리면서다. 그곳에서 처음 기계식 시계를 접한 김 대표는 작은 손목시계 하나가 엄청난 가격에 팔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던 그는 스위스 시계 못지않은 제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100년, 200년 가는 회사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계식 명품 시계를 만들어 국내외 시계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대표. [사진 최정동 기자]

기계식 명품 시계를 만들어 국내외 시계시장에 도전장을 낸 김영덕 아미 에우제니 대표. [사진 최정동 기자]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서울 종로의 시계 수리 학원에 등록해 시계 구조와 원리, 조립 과정 등을 배웠다. 그 후 여러 회사의 시계를 분해해 역설계를 시작했다. 시계 제조에 대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해외 전시회도 쫓아다녔다. 거기서 얻은 자료를 번역해 부품을 설계하고 가공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아닌 게 아니라 김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기계와 인연을 맺고 있는 전문 엔지니어다. 17년간 반도체 회사를 운영하며 체득한 정밀가공 노하우와 다양한 신소재를 활용해 제품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현재 청담동 매장에 두 가지 시제품을 전시해놨다”며 “티타늄을 가공해 무브먼트 베이스와 케이스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시계 베젤(시계판 위에 유리를 고정시키는 테두리 부분)에 선박의 타륜(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바퀴 모양의 장치)을 형상화했다. 김 대표는 “인생을 긴 항해라고 봤을 때 인생의 방향을 잡아준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현재 출시 예정인 제품은 기존 무브먼트를 역설계해 변형한 것이다. 자체 개발한 무브먼트는 올 겨울쯤 내놓을 예정이다. 또 스위스 시계와 경쟁하기 위해 공방 투어, 시계 제작 체험 등 기계식 시계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 규모가 2조3000억원가량인데 국산 시계 비중은 130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한국의 리차드 밀’로 거듭나 뺏긴 시장을 되찾겠습니다.”

글=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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