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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퍼렐 윌리엄스, 제작부터 음악까지…진짜 '히든 피겨스'

중앙일보

입력

음악·영화·패션계를 넘나드는 르네상스 맨, 퍼렐 윌리엄스(43)는 ‘히든 피겨스’의 진짜 히든 피겨스다. 제작자이자 음악감독을 맡았기 때문. 이미 ‘슈퍼배드2’(2013, 피에르 코팽·크리스 리노드 감독)의 수록곡 ‘해피(Happy)’로 전 세계 메가히트를 기록했던 그는 ‘히든 피겨스’에서 또다시 재능을 발휘했다. 장편 영화 제작은 코미디영화 ‘도프’(2015, 릭 파미아 감독) 이후 두 번째다.



LA=이경민 영화 저널리스트

퍼렐 윌리엄스(사진: AP=뉴시스)

퍼렐 윌리엄스(사진: AP=뉴시스)

어떻게 제작자로 참여했나.

“‘히든 피겨스’는 흑인 여성의 이야기란 점에서 내게 각별했다. 흑인 여성들이 과학자·수학자·엔지니어로 나오는 영화가 어디 있나.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내 고향인 미국 버지니아주(州) 햄튼이 배경이고, 어린 시절부터 매료됐던 NASA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제발 이 프로젝트에 끼워 달라고 빌 정도였다(웃음).”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이 작품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성의 사회적 공헌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가끔은 아예 역사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세 사람이 수학·과학·기술 측면에서 이룬 쾌거는 지금 우주 탐험을 가능케 했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히든 피겨스’를 통해 이들을 세상에 알리게 돼 영광이다.”

2014년 발매한 솔로 정규 2집이 ‘걸(GIRL)’이기도 했다. 여성의 삶에 관심이 많다고 봐도 될까.

“늘 어떤 방식으로든 여성과 친밀감을 느끼며 살았고,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여성들이 내게 미친 영향을 노래로 만들기 위해 애써 왔다. 이번에는 나 한 사람이 아닌 사회 전체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며 곡을 쓰게 됐는데, 그건 정말 멋진 일이었다.”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남성 캐릭터에도 충분한 의미를 부여한 점이 인상적이다.

“극 중에서 여성을 추켜세우되 남성을 깔아뭉개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야기 전개가 남녀 중 한쪽을 영웅화하면 다른 한쪽을 악역으로 만드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NASA에 대해서도 나쁜 이미지를 심어 주고 싶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들도 당시의 잘못된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은 피해자였다.”

프로듀서로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작에 참여했나. 

“미국 애틀란타 촬영지에 종종 방문해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눴다. 의상감독 르네 에를리히 칼퍼스의 작업 방식을 보며 많은 걸 배웠다. 옷에 달린 작은 수술 하나로도 캐릭터를 표현하고, 옷매무새를 통해 인물의 생각까지 표현하더라. 이 모든 것이 음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이 영화를 통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싶나.

“여성이 대우와 인정을 받고, 여성 리더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막말로, 아돌프 히틀러(1889~1945)도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도 남자였다. 또한 온갖 총기 범죄도 대부분 여성과 상관없는 일이지 않은가. 물론 남성이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여성에게 동등한 기회가 필요하다는 얘기지. 미국 사회도 이제 여성 지도자를 맞이할 시기 아닐까.”

사회 기여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처음의 내 커리어 절반은 그저 듣기에 ‘쿨한’ 음악을 만드는 데 쏟았다. 어느 순간 ‘더 의미 있는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히든 피겨스’처럼 사회적 변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작품성을 희생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충분히 즐기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스틸 [사진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영화 속 '분위기 메이커' 음악

‘히든 피겨스’에서 음악은 밝고 따뜻한 무드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1960년대는 흑인에게 암흑의 시대였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하다. OST 작업을 맡은 퍼렐 윌리엄스는, 당시 분위기를 반영한 레트로풍 음악에 소울과 복음성가를 융합해 흥겨운 앨범으로 완성했다.

특히 윌리엄스가 작사·작곡·노래한 ‘러닝(Runnin’)’을 들어보자. 흑인 전용 화장실까지 매일 1.6㎞를 달려야 했던 캐서린의 심정을 유쾌한 리듬에 풀어놨다. “우리는 역사가 될 거야”라고 노래하는 가스펠풍의 곡 ‘아이 씨 어 빅토리(I See a Victory)’도 뭉클한 맛이 있다. 이 앨범에는 자넬 모네, 얼리샤 키스, 메리 J 블라이즈 등 쟁쟁한 가수들이 참여했다. 윌리엄스는 영화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 벤저민 월피시와 함께 오리지널 스코어도 제작했다. 웅장한 선율에서 우주를 향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소영웅들의 희망찬 결기를 느낄 수 있다. 

윌리엄스는 “셋이 일하며 객관적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 멜로디가 너무 유럽풍이거나 백인 타입의 영웅적 느낌일 때는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어 갔다. ‘캐서린의 몸과 마음은 이렇지 않았을 것’이라며 캐릭터를 진실하게 음악에 녹이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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