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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도 힘들게 한 질환...공황장애 환자 5년새 두 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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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 공황장애.

느닷없이 찾아오는 '죽음의 공포' 공황장애.

밝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개그맨 정형돈. 하지만 그는 2015년 11월 갑작스레 '무한도전' 등 출연하던 TV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하차 이유는 '공황장애'.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불안이 극도로 심해져 숨이 막히고 심장이 두근거려 죽을 것 같은 극심한 공포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환한 미소 뒤에 가려진 어려움이 알려지면서 당시 시청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2010년 5만명 공황장애 환자, 2015년 10만명 넘겨 #연예인 공황장애 고백, 정신과 인식 개선 등이 영향 #'창살 없는 감옥'에 스스로 가두지 말고 치료 받아야 #평소 휴식, 운동 등 스트레스 관리가 최고의 '예방책'

  이처럼 '죽음의 공포'라고 불리는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가 최근 5년 새 2배로 늘어났다. 특히 소외ㆍ불안감 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큰 70대 이상 노인 환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0~2015년 공황장애로 진료받은 환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공단에 따르면 2010년 5만945명이던 환자 수는 2015년 10만6140명으로 2배 이상이 됐다. 이는 매스컴을 통한 공황장애 인식 증가, 이전보다 활발해진 정신과 진료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석 건보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 사실을 고백하면서 대중들이 병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또한 예전에는 정신과 진료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증상이 생기면 바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들여다보면 70대 이상 환자가 5년 새 가장 크게 늘었다. 2010년 인구 10만명당 82명이던 환자 수는 2015년엔 276명으로 3.4배가 됐다. 이정석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자살률에서 나타나듯 노인 대부분은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 세대를 부양하며 자라왔지만, 자식 세대의 부양을 받기는 어려워지면서 경제적·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친구 등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겪고 건강도 안 좋아지면서 일생 동안 이룬 것을 한순간에 잃게 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 쉽다"고 말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보통 '공황발작'을 겪게 된다. 갑자기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숨막힘, 어지럽고 쓰러질 거 같은 느낌이 나타나면서 보통 10분 안에 증상이 최고조로 커진다. 대개 발작은 20~30분 정도 지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철·버스·엘리베이터 등 밀폐된 공간이나 번잡한 거리는 가기 꺼려한다. 특히 공황장애는 심한 스트레스와 연결되기 때문에 환자의 40~80%는 우울증을 겪곤 한다.

  하지만 공황장애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더 큰 문제가 다가오게 된다. 거의 모든 상황과 장소를 피하게 되면서 자신을 스스로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두게 된다. 그러면 깊은 절망감 속에 우울증에 빠지거나 술에 의존하고 심하면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제일 중요하다. 공황장애가 나타나기 전에 스트레스 관리를 해두는 게 좋다. 평소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 취미생활을 하는 게 필요하다. 또 명상과 요가도 도움이 되며 평소 과로하지 않고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찾는 술·담배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만약 공황장애에 걸렸다면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를 해야 한다. 약물치료 후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1년 이상 꾸준히 치료하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절반 정도는 공황 발작을 완전히 없앨 수 있기 때문에 '희망'과 '의지'를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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