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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수읽기 뛰어난 딥젠고와 대결, 초반 포석 잘 짜야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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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는 21~24일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는 최초의 인간 대 기계의 바둑 풀리그가 열린다. ‘월드바둑챔피언십’으로 이름 붙은 이 대회에는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대표로 일본판 알파고 ‘딥젠고(DeepZenGo)’가 출전해 한·중·일 정상과 대결을 펼친다. 각국 대표로는 국내 랭킹 1위 박정환(24) 9단, 일본 랭킹 1위 이야마 유타(井山裕太) 9단, 중국 랭킹 3위 미위팅(昱廷) 9단이 참가한다.

인간 대 기계의 첫 바둑 풀리그 #21일 개막 ‘월드챔피언십’ 출전 #“최근 부진, 원인 몰라 나도 답답 #5대 5라 생각하고 최선 다할 것”

이 대회를 위해 딥젠고는 밤낮없이 연습 대국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서 총 1600여 판을 뒀는데, 최고수를 상대로 승률이 80%를 넘어섰다. 기계처럼 쉴 새 없이 달릴 순 없지만, 박정환 9단도 대회 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박정환 9단을 만나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일본판 알파고 ‘딥젠고’와 대결하는 박정환 9단. 박 9단은 “업그레이드된 딥젠고를 이기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AI 바둑을 잘 활용한다면 사람의 바둑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기원]

일본판 알파고 ‘딥젠고’와 대결하는 박정환 9단. 박 9단은 “업그레이드된 딥젠고를 이기긴 쉽지 않을 것 같다.하지만 AI 바둑을 잘 활용한다면 사람의 바둑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기원]

어떻게 지내고 있나.
“딥젠고와의 대결을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AI가 출전하는 첫 시합에 나가게 되어 기대도 되고 부담도 크다. 특히 요즘 농심배 등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원인을 스스로 진단하자면.
“원인을 알아서 고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원인을 알기가 쉽지 않으니 답답한 상태다.”
중요 대국에서 심적 부담을 크게 느낀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맞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다. 부담감을 안 느끼려고 하면 더 신경이 쓰여서 어려운 것 같다.”
딥젠고와의 대국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딥젠고가 타이젬에서 연습 대국을 하는 동안 딥젠고의 기보 대부분을 챙겨봤다. 또 상대를 탐색하기 위해 딥젠고와 몇 차례 대국을 해 보기도 했다.”
딥젠고와 대국해 본 느낌은 어떠했나.
“딥젠고는 유연하게 판을 짜다가 상대가 전투를 걸어오면 맞받아치는 스타일이다. 기력은 이미 최정상급인 것 같다. 초반 정석에서 나타나는 일부 문제를 제외하고는 실력이 상당히 강했다. 대국하면서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느낌이 들었다.”
승률은 어떻게 나왔나.
“내가 타이젬 아이디를 여러 개 갖고 있는데, 여러 개의 아이디로 대국한 결과 3승1패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20초 초읽기로 둔 것이라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대회를 위해 짜놓은 작전이 있나.
“대회 제한 시간이 3시간이기 때문에 초반에 시간을 많이 들여 포석을 잘 짜려고 한다. (수읽기를 잘하는) 기계의 특성상 중후반에 들어가면 역전이 매우 어렵다. 그 때문에 어떻게든 초반에 시간을 들여 우세한 국면을 만들어놔야 할 것 같다.”
알파고와 딥젠고를 비교하면.
“딥젠고는 그나마 알파고보다는 인간처럼 포석을 짜는 것 같다. 알파고는 처음 보는 수를 많이 둬서 상대하기가 더 껄끄럽다. 기력은 알파고가 딥젠고보다 훨씬 더 강하다.”
AI의 진화 속도가 엄청나다. 이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바둑도 언젠가는 AI한테 추월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너무 빨리 왔다. 오랫동안 바둑을 해 온 입장에서 많이 아쉽지만 바둑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잘 활용해야 할 것 같다. 특히 포석은 확실히 AI한테 배울 점이 많다. 알파고 포석을 많이 따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업그레이드된 딥젠고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미 만만치 않은 상대였는데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다면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5대 5의 승부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바둑을 두겠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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