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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드 반대하면 공격무기 배치해 선제공격 할수도…MD 확대도 고려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사드 배치 동북아 균형 무너뜨린다"
러시아 "MD로 러시아 봉쇄 하려는 것 아닌가"
미국 "공격무기 배치해 선제공격 할수도"
한국 "차기 정부도 사드 정책 유지할 듯"

이번 달 2일부터 3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안보협력회의’(CSCAP)를 다녀온 홍규덕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과)를 만났다. 홍 교수가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 CSCAP은 1993년 창립된 비정부 다자안보 협력기구로 정부와 학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신뢰구축과 안보협력을 논의한다.

이번  CSCAP 회의에 총 16개국이 참여해 지역 안보체제와 구조를 논의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배치를 두고 가장 뜨거운 토론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사드 쟁점과 관련해 홍규덕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각국 대표들이 주고받은 난상토론을 요약해봤다.(각국의 주장을 발언자 중심이 아닌 국가별로 표기함.)

홍규덕 교수는 2009부터 2012년까지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역임한 안보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4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자대학교에 위치한 홍규덕 교수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홍규덕 교수는 2009부터 2012년까지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역임한 안보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4일 서울 청파동 숙명여자대학교의 홍 교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중국 : “한국이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한국의 어려움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단순히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권력 변화를 의미한다. 사드 배치는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중국은 반대한다.”

러시아 : “사드가 방어 무기라는 것은 한국의 주장일 뿐이다. 어찌했든 전쟁능력을 키우는 것 아닌가?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중국의 주장에 동의한다. 유럽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폴란드에 탄도미사일을 추적하는 레이더를 설치했다. 미국은 나토의 탄도미사일방어 시스템(MD)과 연결해 러시아를 봉쇄했다. 아시아에서도 사드를 배치해 MD 체계를 갖추는 것 아닌가?”

한국 : “유럽의 사례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의 안보 위기는 심각하다. 북한의 이수용 외무상은 지난해 3월 28일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선제 핵공격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같은 달 10일에 이미 ‘전략군화력타격계획’를 참관하며 (핵무기를 사용한)전쟁계획을 공공연히 과시했다. 한국은 자위적 차원에서 사드 배치와 같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미국 : “사드와 같은 방어무기 배치가 문제라면 공격무기는 어떤가?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는 선제공격 무기를 배치하면 어떤가? 중국과 러시아는 방어무기 보다 공격무기를 원하는 것인가?”

한국 : “한국에게 방어 수단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부당하다. 한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 한ㆍ중관계를 이렇게 봐야하나? 한국은 많은 노력을 했다. (박근혜 정부 기간)한ㆍ미 정상이 4번 만났지만 한ㆍ중 정상은 6번이나 만났다. 이런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가? 더구나 오늘 아침(3일) 전해진 바에 따르면 중국군 장성 뤄위안(羅援ㆍ67)은 ‘성주 골프장을 외과수술식으로 파괴하자’고 주장했다.”

중국 : “한국에서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정책은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다. 그래서 대화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대화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한국 : “한국의 여건이 그렇지 않다. 특정 후보가 집권해도 쉽게 바꿀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중국은 사드 배치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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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4일 인터뷰에서 홍규덕 교수가 이번 CSCAP에서 중국측이 발표한 ‘아태지역 안보협력 백서’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지난14일 인터뷰에서 홍규덕 교수가 이번 CSCAP에서 중국측이 발표한 ‘아태지역 안보협력 백서’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용한 연구위원]

홍규덕 교수는 중국측에서 이번 회의에서 배포한 ‘아태지역 안보협력 백서’를 주목했다. 백서는 올해 초 발행됐으며 중국의 안보 인식을 보여준다. 홍 교수는 “중국 측은 중국의 양자관계 협력을 설명했다”면서 “중국은 미국ㆍ일본과 협력하겠다고 말하면서도 한국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백서를 보면 중국과 미국ㆍ러시아ㆍ인도ㆍ일본의 관계는 별도의 장을 마련해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중국 측은 “한국과의 양자 관계는 다시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뺀 것이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현한 것과 다름없다.

중국의 백서는 오히려 한국을 위협으로 분류했다. ‘북한 핵위협’에 이어서 ‘탄도미사일 방어’를 기술했는데 한국의 사드 배치를 비난한 내용이다. 중국은 이어서 ‘아프가니스탄’, ‘대테러’, ‘해양협력’의 문제를 나열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준다. 홍 교수는 “한국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포기하지 말고 사드 배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부터 한ㆍ중ㆍ일 순방에 나선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중국을 방문하고, 이어서 오는 4월 미ㆍ중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홍 교수는 “결국 사드 문제는 미ㆍ중 간 대화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며 “양국의 외교접촉이 시작되면 사드 문제는 해결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수도권도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며 “다층방어체계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나아가  “사드에 만족하지 말고 보다 폭 넓은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전구(戰區ㆍtheater)는 좁기 때문에 한국을 돕기위해 일본에 주둔중인 미군 증원 전력까지도 함께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중국이 반대하는 MD를 구축해야한다는 말이다. 주일미군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와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라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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