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랩 리포트] 체험은 오프라인, 구매는 온라인 … 쑤닝 쑥쑥 큰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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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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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가전 유통 전문업체인 쑤닝은 전자상거래 시대를 맞아 온·오프라인 융합 전략으로 유통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사진 이매진 차이나]

오프라인 가전 유통 전문업체인 쑤닝은 전자상거래 시대를 맞아 온·오프라인 융합 전략으로 유통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사진 이매진 차이나]

전자상거래 시대다. 소비자들은 이제 마트나 대형 매장을 찾는 대신 PC나 스마트 폰으로 물건을 산다. 중국의 변화는 혁명적이다. 알리바바, JD닷컴 등의 공습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 유통 전문 매체 ‘롄샹왕’(聯商網)에 따르면 2016년 41곳의 대형 쇼핑몰(면적 2000㎡ 이상)이 문을 닫았다.

온라인에서 산 스마트폰 보호 필름 #매장서 무료로 붙여주는 식 전략 #연 매출 1년 새 10% 늘어 25조원 #위기 때마다 과감한 변화로 도약

이 같은 시대 흐름을 역행해 오히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오프라인 유통 기업이 있다. 중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 체인인 쑤닝윈샹(蘇寧雲商, 이하 쑤닝)이 주인공이다. 쑤닝 매장 수는 2016년 1500개를 돌파했다. 1년 새 74개의 대형 매장이 문을 열었다. 매출도 1487억 위안(약 24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늘었다. 사상 최악의 오프라인 유통 불황 속에서 얻어낸 값진 성과다. 도대체 그 비결은 무엇일까?

장진둥

장진둥

쑤닝의 생존은 창업자 장진둥(張近東) 회장의 남다른 생각에서 출발한다. 때는 2008년. 중국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이 꽃피기 시작하던 때다. 곳곳에서 전자상거래가 오프라인 유통과 충돌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전통 유통업체들은 전자상거래로 사업을 전환하거나, 더욱 공격적인 확장으로 도전에 맞섰다. 장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전자상거래를 대립 구도가 아닌 시너지 대상으로 봤다. 쑤닝이 중국 최초로 ‘온오프라인 융합 유통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배경이다.

쑤닝이 내놓은 전략은 ‘체험과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구매는 온라인에서’였다. 장 회장은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주문을 받았다. 상품에 대한 서비스는 전국 1000여 개 쑤닝 매장에서 직접 책임지도록 했다. 애프터서비스(AS)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전자상거래 소비자들이 환영했다. 온라인으로 산 스마트폰의 보호 필름을 매장에서 무료로 붙여주는 식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한 방은 2013년 8월 온오프라인 가격을 통일한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 버린 것. 이 과정에서 쑤닝은 가격 격쟁을 위해 80억 위안(1조3394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강수를 뒀다.

반응은 뜨거웠다.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 불경기 한파가 불어닥쳤던 2015년, 쑤닝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4.4% 증가한 1355억4800만 위안(22조6881억원)을 기록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쑤닝 이거우(蘇寧易購)의 성적은 더 놀랍다. 2015년 소매 거래총액 502억 위안(8조74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전년 대비 60%대의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쑤닝 이거우는 현재 알리바바, JD닷컴과 함께 중국 3대 전자상거래 서비스로 꼽히고 있다.

장 회장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2013년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착안한 ‘윈상’(雲商)이라는 구상을 꺼내 들었다. 유통은 물론 금융, 물류, 제품 서비스를 아우르는 새로운 콘셉트다. 3년이 지난 2016년 말 현재 쑤닝의 온라인 금융 서비스 이용자수는 1000만 명에 육박한다. 쑤닝의 고객들은 이곳에서 개인 대출서비스를 받고 쇼핑을 위한 할부 서비스도 이용한다. 중국 광파(廣發)증권이 쑤닝을 “유통, 금융, 물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가장 혁신적인 중국 유통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최근 쑤닝의 유통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주창한 ‘신유통’ 때문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항저우에서 열린 알리클라우드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가까운 미래에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은 사라질 수 있다”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물류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유통 모델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쑤닝이 시도해 온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앞서 알리바바는 2015년 8월 283억 위안(4조7396억원)을 들여 쑤닝의 지분 19.9%를 인수하기도 했다.

커징 알리바바 그룹 홍보팀 매니저는 쑤닝에 대해 “중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기업 중 한 곳”이라며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와 새로운 유통 모델을 통해 라이벌이었던 궈메이(國美)를 앞서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한때 가전 유통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쑤닝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궈메이는 지난 2016년 상반기 당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 가까이 폭락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쑤닝은 지난 1990년 장진둥 회장이 장쑤성 난징 길거리에 만든 200평 남짓 매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장 회장은 10만 위안(약 1780만원)을 들여 에어컨 전문 판매점을 차렸다. 성공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무료 배송-설치-AS 시스템이 대박을 냈다. 쑤닝은 단일 제품, 단일 모델로 연 매출 3억 위안(502억3500만원)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98년, 장 회장은 돌연 종합 전자제품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남들은 사업규모를 줄이고 허리를 졸라 맬 때 나홀로 확장을 선언한 것이다. 장 회장은 잘 닦아 놓은 에어컨 유통망의 절반을 포기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에어컨 하나에 올인하면 유통 마진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결국 외부 입김에 휘둘리게 될 것이라는 것도 에어컨 매장 축소 이유다. 장 회장의 두 번째 도전이자, 위기를 기회로 삼은 첫 번째 변화였다.

위기시 과감한 투자는 호황 때 빛을 발한다. 대형매장과 유통망은 경기 회복과 함께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불과 5년 만에 중국 전역에 쑤닝 매장이 깔렸다. 2004년 쑤닝은 중국 선전 증시에 상장하며 중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위기 속에서 장 회장의 후각이 다시 한 번 반응했다. 이때 주목한 것이 바로 온라인이었다. ‘구매는 온라인에서, AS는 매장에서’라는 제3차 혁신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쑤닝의 성공 비결로 상황과 시기에 맞는 변화를 꼽는다. 위기 때마다 장진둥 회장이 선택한 과감한 변화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됐다. 그러나 장 회장의 변화에는 중요한 하나가 있다. 바로 철학이다. 철학이 관통하지 않는 변화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차이나랩 이승환 기자 lee.seunghwa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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