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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솔직 매력 한가득… '비정규직 특수요원' 한채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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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다. 한채아(34)가 예쁜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털털한 사람인지는 몰랐다. ‘아름다움’과 ‘솔직함’, 이 두 가지는 배우 한채아의 숨길 수 없는 속성이다. 그 매력을 다 보여 주는 영화가 ‘비정규직 특수요원’이다. 한채아가 연기한 나정안은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열혈 형사다. 그처럼 예쁘지만,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다. 한채아는 인터뷰 내내 말버릇처럼 “솔직히”를 반복했다. 사람 홀리는 여신 같은 포즈로 화보 촬영을 할 때만 해도 몰랐다. 그가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인지.

사진=정경애(STUDIO706)

사진=정경애(STUDIO706)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형사 정안을 연기했다. 

“캐릭터를 더 극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경찰청 미친 ×’이라 말하고 다닌다. 순화하자면, 다혈질 열혈 형사라고 보면 된다. 나름 지능범죄수사대 소속이다. 하하.”

‘한채아’ 하면 역시 ‘조선 절세 미녀’로 등장한 TV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2015~2016, KBS2)가 먼저 떠오른다. 조선 절세 미녀가 ‘경찰청 미친 ×’이라니. 

“‘다중이(다중인격자)’까진 아니어도, 연기할 때는 그때그때 필요한 성격을 내 안에서 끄집어내 극대화하는 것 같다. 조선 절세 미녀…. 풉.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한데, 그런 도도한 면도 내 모습이다. 반대로 ‘비정규직 특수요원’의 자연스러운 모습도 나다.”

사진=정경애(STUDIO706)

사진=정경애(STUDIO706)

영화에서 첫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시나리오대로라면 이렇다. ‘(소매치기를 제압한 뒤) 바닥에 떨어진 모자를 줍는 정안, 흘러내리는 긴 머리, 탄력 있는 몸매, 예쁜 얼굴까지…. 앞머리 쓸어 올리자 머리카락이 찰랑거린다. 보고 있던 남자 승객들과 소매치기까지 심쿵.’ 혹시 이런 연기가 제일 쉬운 것 아닌가? 평소 모습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되니까. 

“무슨 소리. 그런 연기가 제일 어렵다. 옆에서 보조 출연자들이 ‘와!’ ‘헉!’ 하며 입을 떡 벌리고 리액션하는데, 이거 상당히 부담스럽다. 특히 그 장면은 메이크업도 거의 안 했고,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뭐야, 예쁘지도 않은데 왜 난리야!’ 하는 관객의 소리가 벌써 들리는 것 같다(웃음). 카메라 앞에서 ‘예쁨’을 연기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열혈 여자 형사 캐릭터다 보니, 액션신도 꽤 있는데. 

“액션 연기는 TV 드라마에서도 해 봤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보다 현실적인 액션을 보여 주고 싶었다. 아무리 형사여도 여자가 맨주먹으로 남자들을 가볍게 때려눕히는 건 쉽지 않잖나. 정안의 액션은 힘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여자 형사로서 범인를 제압하는 노하우가 잘 드러나는 게 포인트였다.”

정안은 욕을 달고 산다. 

“어색하게 보이기 싫어서,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 주변의 모든 남자 스태프가 욕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였지. ‘개새×로 할까요, 씨×로 할까요?’ 이런 걸 종종 물어봤다. 하하. 원래 시나리오에는 ‘이런 수박, 씨 발라먹을 놈…’ 같은 코믹한 욕이 있었는데, 내가 빼자고 했다.”

그 많은 사람 앞에서 욕을 하면 어떤 기분인가.

“연기하면서 감정 표현이 이렇게 잘될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예를 들면 ‘이렇게’ 째려보는 거랑, ‘아, 열 받아’라고 말하는 거랑, 그냥 ‘씨×’의 차이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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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할 때 보니 강예원과 퍽 친해 보인다. 코미디 기반의 콤비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케미’가 무엇보다 중요했을 듯한데, 작정하고 가깝게 지냈나. 

“그럴 필요도 없었다. (강)예원 언니도 나도 말이나 행동을 가식적으로 꾸미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솔직함이 잘 맞아서 금방 친해졌다. 촬영이 끝난 뒤에는 함께 부산 여행도 다녀오고 사우나도 했다. 요즘은 꽃꽂이도 같이한다.”

스크린에서는 활약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이 실질적인 첫 영화라 생각한다. 솔직히 ‘아부의 왕’(2012, 정승구 감독)에서는 캐릭터의 비중도 작았고, 촬영 시기가 TV 드라마와 겹쳐 영화에 모든 걸 쏟지 못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2015, 김동후 감독)도 급하게 촬영에 들어갔었다. 그렇다 보니 온전히 내 캐릭터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한 장면 한 장면 어렵게 촬영했다. 두 영화 모두 아쉬움이 크다. 그에 비해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충분히 받아들이고 촬영에 임했다. 그래서 관객 반응이 어느 때보다 궁금하다.”

'비정규직 특수요원' (사진=영화사)

'비정규직 특수요원' (사진=영화사)

흥행을 갈망하나. 

“간절하지. ‘여여 커플 영화’가 더 많이 나오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잘나가는 배우’에 대한 욕심보다는 더욱 다양한 영화, 다양한 캐릭터가 여성 배우에게 주어지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물론 이 영화가 잘돼서 내가 하고 싶은 영화에 출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가. 

“‘콜롬비아나’(2011, 올리비에 메가턴 감독)처럼 여자가 주인공인 화끈한 액션영화. 타이트한 검은색 타이츠를 입고, 좁은 공간을 탈출하고, 수건으로 두목을 때려눕히고, 그러다 집에 오면 남자랑 쿨하게 사랑하고. 난 그 영화를 손뼉 치며 봤다(웃음).”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목받았는데, 예능 스타도 꿈꾸나. 

“솔직히 예능에 출연할 때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편하지 않다. 부담도 크고. 차라리 영화처럼 완전히 나를 지우고 대본대로 연기하는 게 낫다. 그런데 예능에서는 ‘리얼’을 바라니까. 시청자 대부분이 예능 속 모습을 진짜 모습이라 생각하는데, 알겠지만 예능을 촬영할 때도 거의 대본이 있고 캐릭터가 있다. 대본대로 연기하면서도 실제 내 모습인 것처럼 포장해야 하는 게 불편하다.”

확실히 배우 체질인 모양이다.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쾌감이나 짜릿함 같은 게 있거든. 좋은 장면, 좋은 대사를 만나면 잘하고 싶어서 마음이 막 벅차오른다. 설레고 떨리고 욕심난다. 평소엔 하나하나에 절대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 아닌데, 연기할 때만은 다르다.”

'비정규직 특수요원' (사진=영화사)

'비정규직 특수요원' (사진=영화사)

배우로서 그렇게 자신을 흔든 대사나 작품이 뭐였나. 

“그게 뭐였는지 알려 주면 ‘아, 그 대사를 너무 사랑했고, 내 모든 걸 바친 작품이었고…’ 이런 식으로 쓸 텐가. 생각만 해도 오글거린다. 풉.”

오글거리는 것, 가식적인 것은 성격상 못하는 듯하다. 어떤 배우들은 더 멋지게 자신을 포장하지 못해 안달인데. 

“못 견딘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면, 난 뭐든 솔직한 게 좋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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