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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덜 느끼면 소주ㆍ와인 많이 마신다

중앙일보

입력

Q. 단맛과 감칠맛에 덜 민감한 사람은 술을 덜 마실까, 더 마실까?
A. 더 마실 확률이 높다. 특히 소주와 와인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Q. 쓴맛에 덜 민감한 사람은 술을 좋아할까, 싫어할까?
A. 술을 싫어하고 아예 마시지 않을 확률이 높다.

국립암센터 김정선 교수팀, 한국인 1829명 분석 결과 #선천적으로 쓴맛에 덜 민감하면 음주 확률 25% 낮아 #단맛ㆍ감칠맛에 덜 민감하면 과음 위험 1.5배로 뛰어 #국내선 첫 연구…"한국인 음주 행태, 서양인과 달라"

이처럼 맛에 대한 민감도 차이가 한국인의 음주·주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거로 나타났다. 선천적으로 단맛과 감칠맛에 덜 민감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과음 위험이 높아지지만, 쓴맛에 덜 민감한 유전자를 가졌다면 음주 확률 자체가 낮아졌다.

단맛과 감칠맛에 덜 민감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주를 많이 마시는 특성을 보인다. [사진 하이트진로]

단맛과 감칠맛에 덜 민감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주를 많이 마시는 특성을 보인다. [사진 하이트진로]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는 음주 여부, 알코올 섭취량과 상관이 있다. 특히 쓴맛에 덜 민감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음주자가 될 확률이 25% 낮았다. 반면 단맛과 감칠맛에 덜 민감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과음할 위험도가 1.53배 높았다. 특히 이런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소주·와인을 각각 더 많이 마시는 거로 나타났다.

  맛 민감도가 음주 유형·선호 주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건 한국인에게만 해당할까. 답은 'NO'다. 서양에선 여러 차례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다만 한국인과는 특징이 달랐다. 서양인들은 쓴맛에 덜 민감할수록 음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리와 정반대였다.

  이러한 사실은 13일 공개된 국립암센터 김정선 교수팀 논문에서 처음 확인됐다. 한국인 남녀 1829명의 미각수용체 유전자와 음주 여부, 알코올 섭취량, 선호 주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미각수용체는 구강과 혀에 분포하는 단백질로 각 물질의 맛을 느끼게 하는 역할이다. 여기에 들어있는 SNP(단일염기다형성) 유전체가 개인별 맛 민감도를 결정하고 이는 음주·흡연·식품 섭취와 연결된다. SNP는 사람에 따라 특정 부위의 유전자가 변이된 걸 의미한다.

맛에 대한 유전적 민감도 차이는 한국인의 음주, 주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맛에 대한 유전적 민감도 차이는 한국인의 음주, 주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이처럼 맛 민감도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별 주량과 선호 주종의 차이는 유전자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태어나서 자라고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건강 변화,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도 만만치 않다. 김 교수는 "환경적 요인은 이번 연구에 고려되지 않았지만 유전자 못지 않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쓴맛, 단맛, 감칠맛 등을 느끼는 유전자에 따른 음주 행태 차이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개인의 음주를 결정하는 데 있어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유전적으로 결정된 미각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과도한 음주를 예방하는 정보로 활용하고 주류 업계에서도 품질 증진을 위한 자료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식욕'(Appetite)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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