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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연수생의 대부 … 도움받은 한국인 4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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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신영목

신영목

지난 2014년 가을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 식당에 대기업 간부, 고위 공무원, 검사·변호사 등 법조인, 대학 교수 등 70여 명이 모였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한 재미교포 사업가를 환영하기 위해서다.

신영목 터보오토바디 대표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주인공은 미국 오클랜드의 신영목(52·미국명 에녹 신·사진) 터보오토바디(자동차 정비회사) 대표. 그는 미국 UC버클리, 스탠퍼드, 샌프란시스코주립대 등 실리콘밸리 인근 대학에 교환교수나 연구원으로 연수를 오는 한국인의 정착을 도와주고 있다. 신 대표는 “잠시 한국에 들른 것인데 지방에 거주하는 분들까지 그렇게 많이 환영해주실 줄은 몰랐다”고 회고했다.

신 대표가 한국인 연수생들을 돕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샌라몬 교민교회 장로이기도 한 그는 교회에서 연수생들이 미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공항 픽업, 휴대전화 개통, 은행 계좌 개설 같은 자질구레하지만 꼭 필요한 일부터 시작한 것이 주거지 결정, 차량 구매, 자녀 입학 같은 일로 넓어졌다. 경찰서·병원을 찾거나 자동차가 고장난 연수생을 위해 야밤에 집 문을 나선 적도 여러 번이다. 물론 대가를 받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그가 실리콘밸리 한국인 연수생의 ‘대부’(代父)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다. 이런 식으로 신 대표의 도움을 받은 한국 연수생은 약 400명에 달한다.

경 북 봉화군에서 태어난 그는 1979년 중학교 때 이민 길에 올랐다. 고등학교 졸업후 주유소·식당 일을 하며 종잣돈을 마련해 길거리에서 자전거·핸드백·T셔츠 등을 팔며 돈을 모았다. 지금은 2010년 ‘시와 정신’ 신인상에 당선하며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오클랜드(미국)=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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