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린 밸리’로 탈바꿈하네요, 실리콘밸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글로벌 IT 현장

마무리 외관 공사가 한창인 애플 제2캠퍼스의 모습.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16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사진 매튜 로버츠]

마무리 외관 공사가 한창인 애플 제2캠퍼스의 모습.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16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사진 매튜 로버츠]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제2캠퍼스’(애플파크) 건설 현장. 다음달 완공을 목표로 마무리 외벽 공사가 한창이다. 우주선 모양을 본떠 만든 애플파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광경은 건물의 지붕 전체를 덮은 태양광 패널이다. 애플은 본관과 주차장 등 주요 건물 옥상에 총 16메가와트(㎿)를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사무실·연구센터·체육관 등에 전기를 공급하고, 남는 전기는 판매할 예정이다. 일 년 중 9개월을 에어컨과 히터 없이 최적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자연 환기 기술도 도입했다. 애플의 리사 잭슨 환경이니셔티브 부사장은 “애플의 목표는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률 100%를 달성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선 모양 본떠 만드는 애플파크 #건물 옥상에 16㎿ 태양광 패널 설치 #이미 태양광 설비 용량 미국 4위 기업 #구글은 알파고 이용 전기 40% 아껴

정보기술(IT)의 본산 ‘실리콘밸리’가 ‘그린(Green) 밸리’로 거듭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IT 기업들이 청정에너지·친환경 기술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다.

마무리 외관 공사가 한창인 애플 제2 캠퍼스의 모습.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에서는 16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는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 매튜 로버츠]

마무리 외관 공사가 한창인 애플 제2 캠퍼스의 모습.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에서는 16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며,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는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 매튜 로버츠]

대표적인 곳이 애플이다. 포브스·더버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의 맞수는 삼성·구글 같은 테크 기업만이 아니다. GE·지멘스 같은 에너지 기업과도 경쟁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은 태양광 설비 설치용량 기준으로 미국 4위의 기업이다.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중국 등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도 건설 중이다. 지난해에는 ‘애플 에너지LLC’라는 회사를 설립해 태양광 전기 판매 허가를 취득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기후 변화는 실제 상황이고, 이제 말로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지금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구글도 ‘녹색 사랑’ 실천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실 구글은 알아주는 ‘전기 먹는 하마’다. 구글은 2015년 세계 데이터센터와 사업장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연간 전력 사용량과 맞먹는 약 5.6테라와트시(TWh)의 전기를 썼다. 구글 검색은 물론 유튜브·G메일 등의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100%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이후 점차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높여 지난해 12월부터 자사의 모든 데이터센터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SNL파이낸셜에 따르면 구글은 에너지 회사를 제외하고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구매하는 회사다. 또 인공지능 ‘알파고’를 이용해 데이터센터 냉각에 드는 전기를 최대 40% 절감하는 등 관련 기술의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아마존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태양광·풍력 발전 사업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최근 태양광 발전 및 유통 업체 ‘솔라시티’를 합병하면서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야후·트위터·넷플릭스 등도 화석연료를 청정 에너지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친환경 이미지를 높여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측면이 크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같은 핵심 시설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현실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천문학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필수다.

최근 6~7년간 풍력·태양력 발전의 비용이 60% 이상 낮아지는 등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점도 IT기업이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고삐를 죄는 이유 중 하나다. 구글의 조 카바 기술인프라 담당 수석부사장은 “풍력 발전은 에너지 수급 계획을 세우기 쉽고, 칠레에서는 화석 연료보다 가격이 더 싸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전략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전기차 개발과도 맞닿아 있다. 예컨대 태양광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거나, 별도의 공급 계약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하면 자체적인 전기차 충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나창엽 무역관장은 “이들의 IT기술은 에너지의 전환을 유연하게 만들고, 소재산업 발전을 앞당겨 에너지 효율을 높일 것”이라며 “IT와 에너지 사업의 동행은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지난해 12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하소 플래트너 SAP 회장 등 업계 IT 거물들과 손잡고 10억 달러 규모의 청정 에너지 펀드 조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BEV)라는 이름의 이 펀드는 온실가스 배출 ‘제로’(zero)를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 관련 신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에 20년 단위로 투자한다. 게이츠 창업자는 “다음 세대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풍부하고 저렴하며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는 화석연료 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이에 대해 미국의 IT매체 ‘매셔블’은 “BEV의 조성은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트럼프를 향해 날린 반격”이라고 평가했다.

쿠퍼티노(미국)=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