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ISA 살리기’ … 비과세 혜택 200만 → 400만원 확대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출시 1년을 맞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전면 리뉴얼에 들어간다. 식어버린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 제도 개선 방안 #5년간 세금 절감 60만원으로 늘어 #60세 이상은 소득 증빙 없어도 가입 #중도인출 풀어 단기예금 유입 유인

금융당국과 금융권협회가 ‘ISA 시즌2’ 준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낸 ‘ISA 가입동향 분석’ 자료에서 “가입대상과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중도인출을 허용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 계좌로 예금·적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에 모두 투자할 수 있는 ISA는 지난해 3월 14일 출시됐다. 초기엔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인기를 끄는 듯했다. 이미 영국과 일본에서 자리 잡은 상품인지라 금융당국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초기 넉 달 만에 237만 명으로 급증했던 가입자 수는 이후 정체 상태다. 최근 석 달 동안엔 가입보다 해지가 많아지면서 지난해 11월 말보다 오히려 6만 명 줄었다.

업계에선 ISA가 소비자에 권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증권사 상품기획 담당자는 “ISA가 처음 나왔을 때 비과세 한도가 1년에 200만원인 줄로 알았는데 5년간 200만원이어서 어리둥절했다”면서 “쥐꼬리 세제 혜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ISA는 만기 5년을 채워서 내는 수익 중 200만원에 대해 소득세(15.4%)를 면제해준다. 따라서 기대할 수 있는 세금 절감 혜택이 30만8000원 수준이다. 연간 400만원을 납입하면 48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과 비교해도 혜택이 별 볼 일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긴 가입 의무기간도 선택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ISA는 근로·사업소득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데, 정작 주 대상인 3040세대는 5년씩 장기로 목돈을 묵힐만한 여력이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 재형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가 실패한 것도 중도인출을 막아놔서 환금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ISA의 중도인출을 자유롭게 풀어준다면 현재 수시입출금 예금에 쌓여있는 자금이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SA의 롤모델인 영국이나 일본의 경우엔 ISA의 모든 수익에 대해 비과세를 해주고 중도인출에 제한을 따로 두지 않는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 나올 세제개편안에 ISA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혜택을 크게 늘리는 안을 포함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본 방향은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말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에도 담겨있다. 비과세 한도를 지금의 2배로 늘리고 연 1회 납입액의 30%까지는 중도인출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만 60세 이상인 경우엔 소득증빙 없이도 가입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있다. 60대 이상은 1인당 평균 ISA 가입금액이 339만원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연령층이다. 박상철 금융투자협회 WM지원부장은 “100세 시대이다보니 소득이 없는 고령층도 노후 준비에 관심이 크다”며 “당장 전 국민으로 가입대상을 넓히지 못하더라도 우선 고령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제도 개선으로 현재 3조6000만원인 ISA 가입금액이 10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세법 개정을 거쳐 ‘신형 ISA’가 시장에 선보이려면 빨라도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 이미 ISA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다소 뒤늦은 처방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ISA의 ‘계좌이전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지난해 7월부터 ISA 가입자는 원할 때 언제든지 세제 혜택을 유지하면서 ISA 계좌를 옮길 수 있다. 가입자가 직접 투자처를 선택하는 신탁형에서 금융회사가 알아서 운용해주는 일임형으로, 또는 그 반대로도 이전할 수 있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 “ISA 가입자를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지 않도록 계좌이전제도를 도입했다”며 “계좌이전이 늘면 금융회사 간 수익률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별 ISA 수익률은 일임형에 한해 매달 공시한다. 지난 1월 말 기준 25개 금융사의 일임형 평균 수익률(누적 기준)은 2.08%를 기록했다. 은행권은 평균 1.01%, 증권사는 2.69%였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