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균연령 70살 ‘욕지도 꽃할매’가 타주는 커피 맛보실래요?

중앙일보

입력

경남 통영에서 뱃길로 32㎞ 떨어진 섬 욕지도에는 명물 카페가 하나 있다. 욕지도 할머니가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욕지도할매바리스타’다. 향긋한 커피를 마시며 욕지도 토박이 할머니의 입담을 들을 수 있는 이색 공간으로 욕지도를 찾는 여행객의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았다.

섬마을 할머니 10인이 운영하는 '욕지도할매바리스타'카페 #여행객 쉼터이자 섬 투어 안내소···섬 홍보대사 역할 톡톡

욕지도할매바리스타는 욕지도 여객선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좌부마을 초입에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공간은 면적 50㎡(약 15평) 정도로 열댓 명이 겨우 앉을 만하다. 하지만 주말이면 한적한 어촌 어귀의 작은 카페치곤 사람들로 꽤 북적거린다. 하루에 커피 500잔이 팔릴 정도다.

경남 통영 욕지도 좌부마을에 있는 욕지도할매바리스타. 섬 토박이 할머니 10명이 공동 운영하는 명물 카페다.

경남 통영 욕지도 좌부마을에 있는 욕지도할매바리스타. 섬 토박이 할머니 10명이 공동 운영하는 명물 카페다.

욕지도할매바리스타가 유명해진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카페를 이끄는 10명의 할머니들 때문이다. 평균연령 70세. ‘큰언니’는 82살이고, ‘막둥이’는 53살이다. 모두 ‘다방 커피’가 아니라 진한 ‘에스프레소’를 뚝딱 만들어내는 진짜배기 바리스타들이다.

할머니들은 커피 만들기를 배우기 위해 1시간씩 배를 타고 뭍으로 나가는 수고도 마다지 않았다. 2013년 9월부터 6개월 간 경상대 평생교육원 섬마을쉼터 창업과정 바리스타반을 수료했다. 함께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할머니 열두 분이 뜻을 모아, 2014년 카페 문을 열었다. 지금은 ‘욕지도할매바리스타생활협동조합’에 가입한 할머니 10명이 카페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2명씩 조를 이뤄, 번갈아 카페에 출근한다.

관광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욕지도 바리스타 할머니들은 카페 명성을 이끈 장본인이다. 

관광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욕지도 바리스타 할머니들은 카페 명성을 이끈 장본인이다.

“우리는 평생 ‘장사’하고는 연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전업주부였거나 농사만 짓거나, 바다에서 물질하던 사람이었죠. 카페를 열면서 예쁜 유니폼을 입고, 손님 만나는 날에는 화장도 하죠. 육지에서 온 손님들이 우리 커피를 맛있다 해주니까 기분이 좋아요.”

욕지도할매바리스타생활협동조합 이정순(67) 조합장은 “이 나이에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에 자긍심이 크다”고 말했다. ‘바리스타’로서 자존감을 키운 할머니들은 대외 활동에도 열심이다. 중학교 자율학습 시간에 핸드드립 커피를 강의하고, 카페 수익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한다.

바리스타 할머니들은 욕지도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한다. 고복재(70) 할머니는 “욕지도 전망 포인트, 낚시 포인트, 현지인이 찾아가는 맛집을 줄줄 꿰고 있다”면서 “욕지도를 찾아온 여행객에게 섬의 역사를 소개해주고, 다양한 여행 루트도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페를 찾아온 여행객들은 할머니에게 섬 여행정보를 묻고, 카페 창문 너머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한나절 쉬다 간다. 커피 가격은 아메리카노 2500원, 카페라떼 3500원.

욕지도할매바리스타에서는 섬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한 고구마라떼, 고구마 마들렌, 빼떼기죽 등의 메뉴를 판매한다. 

욕지도할매바리스타에서는 섬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한 고구마라떼, 고구마 마들렌, 빼떼기죽 등의 메뉴를 판매한다.

욕지도할매바리스타카페에선 커피 말고도 욕지도 특산물 고구마로 만든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자색고구마로 만든 보라색 고구마라떼(3500원), 반죽에 고구마를 섞어 구워낸 고구마 마들렌(1000원) 등이 있다. 비탈진 황토밭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욕지도 고구마는 당도가 높다. 할머니들은 가을걷이로 거둬들인 고구마를 일일이 삶아 냉동 보관해 놓고 사시사철 재료로 사용한다. 빼떼기(넓적하게 썰어 말린 고구마)로 만든 빼떼기죽(5000원)은 바리스타 할머니가 특히 추천하는 메뉴다. 달짝지근한 죽은 팥·강낭콩 등을 함께 넣고 끓여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