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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朴 전 대통령 자택 앞 시위는 집시법 위반" 관련법 살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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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면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사저 인근에서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교 인근이자 주택가인 이곳에서 집회와 시위를 벌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사저 인근에선 주민들과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간의 말다툼도 발생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의 고성과 욕설, 폭언 등이 잇따라서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중앙포토]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중앙포토]

"주택가이니 좀 조용히 하자. 아이들도 있고 장사하는 사람들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 "당신이 나라를 위해 피를 흘려봤느냐" 주민들과 집회 참가자의 다툼을 말리는 것은 결국 경비근무 중인 경찰의 몫이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다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는 삼릉초등학교와 맞닿아 있다. 후문을 통해 통학하는 학생들은 사저를 지나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는 삼릉초등학교와 거의 맞닿아 있다. 후문으로 학교를 드나들 경우, 사저를 지나칠 수 밖에 없다. [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는 삼릉초등학교와 거의 맞닿아 있다. 후문으로 학교를 드나들 경우, 사저를 지나칠 수 밖에 없다. [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3월 2일 현재, 이 학교의 전체 학생 수는 502명, 교원은 54명에 달한다. 3월 새학기가 시작된 만큼, 매일 550여명이 이곳을 드나드는 것이다. 학교 주변은 집회와 시위가 제한될 수 있는 장소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가 제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앞으로 약 한 달 동안 이곳에서의 집회를 신고했다. 하지만 관할 경찰서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곳에 경찰력만 투입할 뿐,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든 국민은 집회의 자유를 갖는다. 하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 및 시위는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주변 지역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주변 지역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

집시법 제8조 '집회 및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 통고'에 따르면 "신고장소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나 시위는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

학교의 '주변 지역'은 어느 정도의 범위를 말하는 것일까. 집시법 상 '학교 주변'의 범위는 명시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다른 법률에서 그 범위를 찾을 수 있다.

학교 부지의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의 지역은 소음과 진동뿐 아니라 각종 유해환경 등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이다.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

학교 부지의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의 지역은 소음과 진동뿐 아니라 각종 유해환경 등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이다. [사진 국가법령정보센터]

소음·진동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의 주변이라 함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 및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의 지역을 지칭한다. 이러한 '50m 룰'은 비단 소음과 진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의 범위는 각종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해당한다.

이에 근거해 학교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를 확인해보면 사저 앞 일대의 선릉로 112길은 모두 이 범위에 포함된다. 이 지역에서의 집회 및 시위는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는 것이다.

관련 법률에 근거해 삼릉초등학교의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에 해당하는 구역을 표시해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는 물론, 사저 앞 도로 모두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집회 및 시위가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

관련 법률에 근거해 삼릉초등학교의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50m 이내에 해당하는 구역을 표시해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는 물론, 사저 앞 도로 모두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집회 및 시위가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광화문과 안국역 일대에서 진행됐던 집회의 행진구역을 놓고 적극적으로 '행진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집회 주최측은 매주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그 때마다 주최측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집회에 대해선 "주최측이 한 달간 집회를 신고했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이다.

마주오는 차량 2대가 지나가기에도 빠듯한 사저 앞 선릉로 112길에는 여전히 지지자들과 경찰 병력, 그리고 이들을 취재하는 취재진으로 붐비고 있다. 집시법과 교육환경법 등 관련 법률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이지만 이를 제지하는 움직임은 없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과 학교를 오가는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상인들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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