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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두가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내자식이 죄값을 치렀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그래도부모 입장에선 피눈물이 납니다.
27일 밤 서울무악동 S병원 영안실. 지난 9일 한강고수부지에서 친구들과 함께 길가던 여중생 이모양(14) 을집단 폭행, 경찰 조사를 받던중 격분해 달려간 이양의 아버지(46)에게 구둣발로 채어 뇌진탕으로 입원한지 17일만에 숨진 김모군(15· K중3년)의 아버지(46)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한숨만 내쉰다.
사흘 밤낮을 울며 지새우던금군의 어머니는 이날저녁 친척에게 업혀 집으로 옮겨겼다.
조그마한 가게를 전세내 문구점을 꾸려가는 처지라 8백여만원의 입원비 부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것은 주위에서 보내는 따가운 눈총. 드러내기도 부끄러운 사연에 통곡소리조차크게 못내는 기색이 역력했다.
괴로운 처지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이양 부모도마찬가지.
『피차 못할 노릇입니다. 죽은 학생의 부모를 만나 위로라도 하고싶지만 갖가지 생각이 앞을 가로막아요.』
딸아이가 「그날」 이후 학교에도 안가려하고 방잠을 자다가도 놀라 깨는등 눈에 띄게 생기를 잃어 마주 대할때마다 자주 눈물만 솟는다는 이양 어머니(40)의말.
이양 아버지도 『내자식이 귀한만큼 남의 자식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라며말끝을 흐렸다.
본드냄새에 취한 10대가 한순간 저지른 갈못으로 두 가정이 지울수 없는 상처를입고만 비극의 현장. 대권의 향방보다도 사실은 더 중대한 우리사회의 미래가 걸린 10대 청소년들의 방황과 탈선에 묘약은 없는 것일까.<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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