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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에 세 차례 출렁 … 그러나 코스피는 반등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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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0일 코스피 지수는 6.29포인트(0.3%) 오르고 달러당 원화가치는 0.7원 상승했다. [뉴시스]

10일 코스피 지수는 6.29포인트(0.3%) 오르고 달러당 원화가치는 0.7원 상승했다. [뉴시스]

10일 헌법재판소의 사상 첫 대통령 파면 결정에도 주식·외환 시장은 차분하게 움직였다. 미국의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정치적 불확실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29포인트(0.3%) 오른 2097.35에 거래를 마쳤다. 헌재의 탄핵 선고가 시작된 오전 11시부터 20여 분간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그러나’ 발언이 있을 때마다 코스피 지수가 순간적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탄핵 인용 결정이 확정된 이후부턴 상승세를 타 장중 한때 21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장 초반 ‘팔자’ 우위였던 외국인은 16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탄핵 쇼크’ 없었던 금융시장 #불확실성 줄어 원화 가치도 상승 #S&P “한국신용등급에 영향 없다” #정부·한국은행은 비상근무 돌입

원화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0.7원 상승한 1157.4원으로 마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의 부도 위험(외국환 평형기금채권 5년물 기준)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헌재 결정 직후(오전 11시30분)엔 0.49112%포인트로 소폭 하락했다. CDS 프리미엄이 낮을수록 부도 위험이 적다는 의미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헌재의 이번 결정이 한국 국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은 여전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따라 중국 측이 경제 보복을 확대할 수 있고, 다음주(14~15일)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앞으로 시장은 국내 정치 이벤트보다는 다음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나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외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해외 시각도 여전하다. 홍콩 소재의 투자은행 나타시스의 트린 응위엔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한국의 새 정권이 들어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내년 초나 돼야 하는 만큼 단기에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정부의 적절한 위기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외통상 현안,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내외 위험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자가 불필요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대외 소통과 신인도 유지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탄핵 결정 직후 무디스를 비롯한 3대 국제신용평가사에 “한국 경제 시스템은 안정적”이란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간부회의 자리에서 “국내외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대외 위험의 파급 영향이 점증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필요시 대응책을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시장이 안정적으로 움직였다고 해서 최근 안팎의 사태가 경제에 주는 충격과 여파가 적다고 봐선 안 된다”며 “정부는 공무원들이 정권 교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사안일’의 부작용이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숙·임채연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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