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노르망디서 미군 포로가 된 한국인 양경종

중앙일보

입력 2017.03.11 01:00

지면보기

종합 23면

제2차 세계대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규태·박리라 옮김
글항아리
1288쪽, 5만5000원

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문명에 대한 지진해일과도 같다.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물론 공들여 쌓아올린 물질문명을 잿더미로 만들고 정신문명마저 황폐화시켰다. 영국의 전쟁사학자인 지은이는 “그 비극적인 전쟁의 시작은 극동지역이었다”고 강조한다. 1939년 8월 만주의 변방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은 1944년 6월 노르망디 사진으로 시작한다. 한 동양인이 독일 군복을 입고 미군에게 심문받는 모습이다. 사진에 등장하는 양경종은 1938년 18세 때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만주에서 관동군에 복무하던 한국인이다. 그는 이듬해 몽골의 할힌골(노몬한이라고 부름) 전투에서 소련군의 포로가 됐다. ‘만주의 변방’이 바로 이곳이다.

이번에는 소련군에 강제 입대한 그는 1943년 우크라이나 하리코프 전투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됐다. 독일은 그에게 자국 군복을 입혀 소련군 포로부대에 배치했다.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에 근무하다 상륙한 미군에 투항했다. 영국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다 미국으로 건너가 1992년 일리노이주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사연은 2011년 장동건 주연의 영화 ‘마이 웨이’의 모티브가 됐다. 양경종은 전쟁을 따라 세계를 한바퀴 돌았다.

이 책은 이렇게 2차대전의 정밀한 역사를 다룬다. 전투의 상세 양상과 전술은 물론 지도자와 장군에서 일선 지휘관에 이르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보여주는 전쟁의 세밀한 땀냄새를 그렸다. 그러다 보니 1288쪽에 이르는 대작이 됐다. 넋 놓고 읽다 보니 화약과 피 냄새가 온몸에 밴다. 전쟁의 원인인 패권 욕심과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결과인 냉전도 무게있게 다뤘다. 드라마 같은 역사서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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