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책, 별별 저자] 벼꽃·참깨꽃·옥수수꽃·배추꽃 … 밥 한 그릇엔 꽃 한 다발의 사랑

중앙일보

입력 2017.03.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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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밥꽃 마중
장영란·김광화 지음
들녘, 440쪽, 1만7000원

농부 작가 김광화(60)·장영란(58) 부부의 신작이 나왔다. 곡식꽃·채소꽃 등의 생태를 담은 『밥꽃 마중』이다. 한양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남편과 서강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아내는 1996년 서울을 떠나 98년부터 전북 무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지난 20년 동안 두 사람은 그들이 실제 삶 속에서 몰두했던 주제를 책으로 펴내왔다. 2006년 출간한 『아이들은 자연이다』는 1남1녀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우며 펴낸 교육책이고, 『자연달력 제철밥상』(2004)과 『자연 그대로 먹어라』(2008)는 자연의 흐름에 맞춰먹는 먹거리 이야기다. 『직파 벼 자연재배』(2016)란 농사책도 펴냈는데, 그 역시 이들이 숱한 시행 착오 끝에 터득한 ‘직파 재배(모내기를 하지 않고 싹 틔운 볍씨를 논에 직접 뿌리는 농법)’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이번에 이들이 관심을 기울인 대상은 ‘밥꽃’이다. 쌀과 옥수수, 배추와 가지 등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들의 꽃이다. 매일 쌀을 먹으면서도 벼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독자들에게 신비하게 다가오는 자연의 세계다.

벼꽃의 외양은 볼품없다. 꽃잎과 꽃받침도 없고, 꽃술도 소박하다. 여섯 개의 수술과 암술 하나가 껍질(나중에 왕겨가 되는 부분이다) 속에 들어있다. 꽃이 피면서 이 껍질이 살짝 벌어지고, 그 틈으로 수술의 꽃밥이 머리를 내밀며 꽃가루를 터뜨린다. 그리고 그 꽃가루를 껍질 속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암술이 받아들인다. 곤충 등의 힘을 빌리지 않는 ‘제꽃가루받이’다. 곧이어 껍질이 닫히고나면 수술은 바람 따라 날아가 버린다. 한 송이 꽃이 피어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모든 에너지를 열매인 쌀에 집중시키는 시스템이다.

이밖에 긴 암술이 ‘수염’으로 남는 옥수수꽃, 꽃 한 송이 지고 나면 60여개 씨앗이 들어있는 꼬투리가 영그는 참깨꽃, 꽃술이 햇살을 남김없이 받도록 꽃잎을 만세 부르듯 젖히는 토마토꽃 등 60종의 밥꽃 모습이 작가 부부가 접사렌즈에 담아낸 사진 속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문득 이들 부부가 밥꽃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전화 통화로 만난 작가(장영란)의 답은 이랬다. “쌀 한 알은 벼꽃 한 송이의 사랑의 결실이다. 밥 한 그릇을 먹으며 벼꽃 한 다발의 사랑을 생각하니 그걸 먹고 사는 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깨닫게 됐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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