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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TV쇼 '야구 유망주' 키우며 제2의 삶…'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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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 도밍고 촬영장에서 뉴욕 양키즈 출신 루이스 폴로냐와 함께 한 호세(오른쪽) [펠릭스 호세 제공]

산토 도밍고 촬영장에서 뉴욕 양키즈 출신 루이스 폴로냐와 함께 한 호세(오른쪽) [펠릭스 호세 제공]

1999년 프로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 소속 한 외국인 선수의 돌발 행동에 한국 야구계가 들썩였다. 오물을 던진 상대편 관중석에 들고 있던 방망이를 냅다 던진 것.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펠릭스 호세(51·당시 34세)다.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도 뛰었던 그는 사구를 던진 상대방 투수에 주먹질하는 등 한국 야구에서 악동 이미지를 굳혔다. 화끈한 기질만큼 실력도 독보적이었다. 전성기 땐 최고 출루율, 최고 장타율을 갈아치웠다. 부산에 적을 둔 팀에서 4년간 활동한 그에게 야구 팬들은 '검은 갈매기'란 별칭을 붙여줬다.

미국 뉴저지에서 가족과 거주하는 호세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메리카스 넥스트 톱 베이스볼 플레이어(America's next Top Baseball Player)'라는 리얼리티 형식의 TV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다"며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모국인 도미니카 공화국, 미국 전역의 16~19세 청소년 중 인재를 발굴해 야구 유망주로 육성시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호세는 호세 오퍼맨(전 뉴욕 메츠) 등 옛 메이저리거들과 함께 유망주를 훈련시키는 매니저로 출연한다. 그는 "최근 산토 도밍고에서 촬영을 마쳤다. 올해 안엔 프로그램이 방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관중석에 방망이 던지고 투수에 주먹질해 악동 이미지..김치 직접 담궈 먹으며 한국 그리움

제작사 측은 호세의 한국·미국 리그에서의 야구 경력을 높히 사 그를 섭외했다고 한다. 최근엔 한국 판권을 확보해, 한국에서 촬영될 '코리아스 넥스트 톱 베이스볼 플레이어'를 공동 제작할 한국 측 제작사를 찾고 있다.

지난 1월 산토 도밍고 촬영장에서의 호세(가운데) [펠릭스 호세 제공]

지난 1월 산토 도밍고 촬영장에서의 호세(가운데) [펠릭스 호세 제공]

호세는 2009년 미국 독립 리그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3년 뒤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미국인이 됐다. 원래 캘리포니아주에서 살다 최근 뉴저지로 옮겼다. 메이저리그에서 지급하는 연금으로 생활한다는 그는 "미군으로 복무 중인 셋째 아들은 내 오랜 한국 생활에 호기심을 보여왔다. 최근엔 한국 파견 근무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야구 관련 활동도 틈틈히 했다. 지난해 말에는 지인 초청으로 중국 동관시의 한 고교 학생들에게 열흘 간 타격을 가르쳤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지만 한국 문화엔 여전히 친숙하다. 김치도 직접 담궈 먹을 정도다. 호세는 "현역 시절 동료였던 김민재(현 롯데자이언츠 수비코치)로부터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웠다"며 "한인 마켓에서 고추장, 배추를 구입해 겨울에 직접 담궈 먹는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함께 뛰었던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할 땐 일부러 그의 경기를 찾아가 관전했다. 그는 "'대호 리(이대호)'를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그의 경기를 보며 한국에서의 현역 생활이 떠올라 행복했다"고 전했다.

한국 활동 중 가장 생생히 기억에 남은 순간은 삼성과 맞붙었던 1999년 플레이오프다. 임창용 투수를 상대로 끝내기 쓰리런 홈런을 쳤고, 이에 힘입어 롯데는 삼성을 꺾었다. 그는 "그 때 모든 관중이 '호세'를 외쳤다. 선수 이름 열창은 한국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1999년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펠릭스 호세. 중앙DB

1999년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펠릭스 호세. 중앙DB

호세는 한국을 다시 찾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미국에서 한인을 마주칠 때면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한국어로 인사해요. 날 알아본 한인들은 악동 같은 옛 모습을 먼저 떠올려주죠. 고향처럼 느껴지는 한국에서 저를 코치로 써준다면 언제든 컴백 할 생각입니다.(웃음)"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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