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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쓸만한 레슬러 없소" 이노키, 태릉선수촌서 스카우트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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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본의 전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62.본명 이노키 간지.猪木寬至)가 12일 한국에 왔다. 1998년 은퇴한 이노키는 일본 프로레슬링 최대 기구인 실버 프로레슬링의 실질적인 소유주이며, 최근 일본에서 붐이 일고 있는 이종격투기의 대부(代父)로 활동하고 있다. 이노키는 자신이 이끄는 프로레슬러 이노키군(軍) 선수 스카우트차 한국에 왔다.

이노키는 이날 낮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박치기왕' 김일 선수가 입원해 있는 서울 노원구 을지병원에 들러 김일을 위문하고 성금을 전달했으며 대한레슬링협회에도 성금을 전달했다.

이노키는 레슬링협회 한명우 전무의 안내로 태릉선수촌에서 한시간 정도 아마추어 레슬링 헤비급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이노키는 선수들에게 "더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보다 훨씬 열심히 훈련한다"며 "은퇴 후 이종격투기 선수로 전향해도 조금만 훈련하면 좋은 선수들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노키군은 일본 이종격투기의 스타군단이다.

매년 12월 31일 밤 K-1(서서 손과 발을 사용하는 격투기)이나 프라이드(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혼합 격투기) 선수들과 대결하는 '이노키 봄바에'라는 이벤트는 후지TV 등 상업방송사를 통해 중계되면서 일본 내에서 시청률이 높은 NHK의 홍백전(연예인 게임프로)에 필적하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노키는 다음달 아마존 숲 속에서 벌어지는 이종격투기 대회를 주최하며, 이종격투기 대회 프라이드에 '무사도'라는 이벤트를 만들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노키는 한국인이자 일본 프로레슬링의 시조격인 역도산(본명 김신락)의 문하생으로 95년 평양에서 스승을 추모하는 평양 문화체육축전을 북한 당국과 공동으로 주최하기도 했다.

함께 훈련하고 경쟁한 김일을 형님으로 깍듯이 모셨고, 2000년 김일이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방한해 문병했다.

이노키는 현역 레슬러로 활동하던 76년 6월 당시 세계 복싱 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미국의 무하마드 알리와 격투기를 치른 바 있다. 당시 이노키는 시종 누워서 알리의 종아리만 발로 차는 '졸전'을 거듭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글=성호준,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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