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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앱, 주차, 참기름 … 틈새 창업 현장에 답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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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중고차 딜러의 필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꼽히는 게 있다.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모델·연식·색상부터 휠·에어컨·에어백 유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오토업’이다. 이 앱 덕에 중고차 딜러들은 매물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오토업은 한 번 이용할 때마다 1000원을 받는 유료 서비스지만 벌써 2만여 명의 중고차 딜러가 회원으로 가입했다. 현대글로비스·SK엔카·한화손해보험·카포스·헤이딜러 등 차량 관련 기업 20여 곳도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차번호 입력 땐 모델·연식 등 한눈에 #중고차 딜러 출신 김선황씨 앱 인기 #주차장 경력 살려 스마트 파킹 창업 #저온 압착식 참기름도 현장서 나와

중고차 딜러로 일하다 중고차 거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는 김선황 오토업 대표. [사진 오토업·중앙포토]

중고차 딜러로 일하다 중고차 거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는 김선황 오토업 대표.[사진 오토업·중앙포토]

지난해 5월 창업하고 이 서비스를 내놓은 주인공은 김선황(43) 오토업 대표다. 김 대표는 사진을 전공했지만 돈을 벌기 위해 24세 때부터 중고차 딜러로 일했다. 해마다 400여 대의 중고차를 파는 수완 좋은 딜러가 왜 창업에 도전했을까. 그는 “일하면서 중고차 번호만 알면 어떤 차인지 알 수 있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직접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10억원을 투자해 오토업을 개발했다. 차량정보 검색 시스템으로 특허도 출원했다. 오토업에 등록된 차량 정보는 1000만 건에 이른다. 창업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올해 매출 목표는 12억원이다.

김 대표처럼 사회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에 도전한 ‘현장형 창업가’가 주목받고 있다. 창업 분야도 다양하다. 숙박부터 패션, 핀테크, 주차장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야놀자의 이수진(40) 대표도 현장형 창업가 중 하나다. 20대에 전공(금형설계학)과 딴판인 청소·주차 등 모텔 관련 일을 직접 익히고, 2005년 야놀자를 창업했다. 지난해 6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대표는 “공급자·사용자·종사자의 여러 입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서 업의 본질을 제대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회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주차 서비스 시스템을 만든 신상용 파킹클라우드 대표. [사진 오토업·중앙포토]

주차장 회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주차 서비스 시스템을 만든 신상용 파킹클라우드 대표.[사진 오토업·중앙포토]

스마트 파킹 솔루션 ‘아이파킹’을 서비스하는 파킹클라우드 신상용(46) 대표도 주차장 업계에서 경력을 쌓고 창업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주차장 관련 시스템을 만드는 아마노코리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주차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윌슨파킹코리아·GS파크24 등에서 경력을 쌓고 2009년 창업했다. 2015년 자동 입출차·결제 서비스가 가능한 아이파킹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식품 관련 컨설팅을 하다 참기름 제조 회사를 차린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사진 오토업·중앙포토]

식품 관련 컨설팅을 하다 참기름 제조 회사를 차린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사진 오토업·중앙포토]

기존 참기름과 달리 저온 압착 방식의 제품을 내놓은 쿠엔즈버킷의 박정용(48) 대표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유명 백화점에서 이색 식품을 발굴하는 컨설팅 일을 했다. 그때 참기름과 인연을 맺었다. 은은한 맛과 향이 강점인 쿠엔즈버킷의 제품은 ‘강남 참기름’이란 별칭을 얻었다.

이밖에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클래스팅을 창업한 조현구 대표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XRE 서진혁 대표는 캔 제작 회사에서 일하다 ‘왜 캔 뚜껑은 다시 닫을 수 없나’라는 생각에 재밀봉이 가능한 캔 뚜껑 제작에 도전했다. 구두회사에서 일하다 구두 제조와 유통을 혁신하고 있는 유아더디자이너 박기범 대표, 로펌에 다니다가 법률 서비스 스타트업 헬프미를 창업한 박효연 대표, 은행에서 일하다 P2P(개인간 거래) 스타트업을 창업한 8퍼센트 이효진 대표도 현장형 창업가로 꼽힌다.

이들은 현장의 문제점과 불편함, 고객의 요구 등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보육센터 디캠프의 김광현 센터장은 “국내 창업계의 주력은 기업에 다니다가 창업한 사람들”이라면서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 혁신 방안을 찾아 창업할 때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김민섭 팀장은 “현장형 창업가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여느 창업가보다 높다”고 말했다.

현장형 창업가의 성과도 비경력자보다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펴낸 리포트(2015년 10월)에 따르면 경력자 스타트업은 ‘시장성 검증→사용자 확보→매출 발생→사업 성장’까지 각 단계별로 약 6.4개월 걸렸다. 비경력자 스타트업은 7.9개월 정도 소요됐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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