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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부부 손등 혈관 등록해 본인인증··· 아이 바뀌는 사고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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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병원마리아병원 ‘가디언 시스템’

의료시스템에서 본인인증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환자에게 진단과 처방이 잘못 내려질 수 있는 위험을 줄일 수 있어서다. 난임시술 병원에서는 본인인증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이의 부모가 뒤바뀌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고통은 순간으로 그치지 않는 영원한 비극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난임시술 병원들이 본인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 가장 일반적인 본인인증 방법은 지문인식이다. 본인인증시스템은 갈수록 발전한다. 이제는 지문이 아닌 손등 혈관인식 방법으로 인증한다. 손등 혈관인식 방법은 개인의 손등 혈관의 패턴을 인식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난임 전문병원 마리아병원이 도입하고 있는 ‘IVF-guardian(In Vitro Fertilization-guardian, 약칭 가디언시스템)’이다. 마리아병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난임 시술(인공수정, 체외수정)에 사용되는 검증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절차를 거친다. 첫째는 환자 본인을 검증하는 본인인증 과정이고, 둘째는 생식세포 간 대조 혹은 배아와 환자 간의 대조를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다.

가디언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은 이렇다. 환자가 내원해 시술을 결정하면 부부의 손등 혈관을 각각 등록한다. 그 후 시술 당일 손등 혈관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본인이 확인되면 환자는 손등 혈관에 따른 QR코드가 새겨진 팔찌를 착용한다. QR코드는 정액·난자 등 검체물이 든 용기에도 부착된다. 시술 전 팔찌와 검체물 용기의 QR코드를 대조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 뒤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 시술이 이뤄진다. 병원 진료시스템과 연동돼 환자 본인 검증과 생식세포·배아의 대조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시술 단계별로 모든 검증 과정이 저장돼 검증이 잘못되면 시술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마리아병원이 지문인식을 택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지문인식은 개개인을 구분하는 데는 간편하고 수월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문 자체가 병원뿐 아니라 관공서·기관에서도 사용되는 생체정보인 만큼 유출됐을 경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지문 등록을 꺼리는 환자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디언시스템은 이를 고려한 본인인증 시스템이다. 손등 혈관인식은 사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 새로운 본인인증 과정인 데다 개개인의 구분도 확실한 방법이다. 특히 마리아병원은 환자의 손등 혈관 생체정보도 철저하게 암호화해 저장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와 아이가 뒤바뀌는 사고의 위험을 모두 차단한다.

가디언시스템의 장점은 또 있다. 환자에게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고가에 들여오는 검증 시스템은 비싼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외국산 소모품이나 고가의 칩(RFID chip)을 사용해야 해 환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마리아병원이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이유다. 게다가 가디언시스템은 생식세포와 배아의 안전성도 높였다. 일부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강한 전자기파의 경우 생식세포와 배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마리아병원 이원돈 원장은 “가디언시스템은 병원 직원과 환자에게 시술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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