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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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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의 국방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위안을 넘어섰다. 5일 개막된 중국의 국회대표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 하루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 겸 외사위원장은 "올해 국방비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1.3% 수준"이라며 "(지난해 대비) 증가 폭은 7% 안팎"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의 2017년 국방예산은 지난 해보다 668억 위안(11조2000억원) 늘어난 1조211억 위안(171조2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 국방예산의 4배, 일본의 3배가 넘는 액수다.

중국은 최근 20여년간 한차례도 거르지 않고 경제성장율보다 더 높게 국방예산을 증액시켜왔다.
지난해에 이어 증가율이 한자리 수에 머물긴 했지만 이는 군비 증강 속도를 늦춘 게 아니라 GDP 성장율이 그만큼 줄어든 결과다. 중국 국방부는 "군사상 수요와 국내 경제상황의 양면을 모두 감안해 국방 예산을 책정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중국의 국방비는 다른 항목으로 분산돼 있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명목상 국방예산의 2∼3배로 봐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칸와(漢和) 디펜스리뷰의 편집장 안드레이 창은 "중국의 실제 군사비는 공식 수치의 3배에 이를 것"이라며 "가령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쏟아붓은 수십억달러의 자금도 (국방비가 아닌) 하이난(海南)성 예산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의 총 국방비는 미국에 상당히 근접하게 된다.

배경에는 해·공군력 증강 등 전력 현대화가 있다. 이런 추세는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는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국산 항공모함을 추가로 건조중에 있고 젠 20기 스텔스기와 둥펑(東風)41 대륙간탄도탄(ICBM)을 비롯한 신예 무기의 개발에 예산의 상당 부분을 투입하고 있다. 대신 중국은 비전투인력과 재래식 병력을 감축하는 군 개혁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015년 "30만명의 인민해방군 병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군 개혁에 착수했다. 홍콩 군사평론가 량궈량(梁國樑)은 "감군으로 600억∼800억 위안을 절감하고 대신 무기 현대화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푸 대변인은 "중국의 군사력은 방어와 아시아 역내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발생한 전쟁과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재산 피해가 났지만 중국은 한 번도 다른 국가에 손해를 끼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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