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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총재 3연임 확정...아베 최장수 총리 길 열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21년 9월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자민당은 5일 당 대회를 열고 총재 임기를 현행 연속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새 당규를 정식 결정했다. 총재 임기 연장안은 지난해 10월 당 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 논의를 거쳐 11월 당 총무회에서 승인됐다. 새 당규로 아베 총리는 내년 9월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세번째 입후보를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서 승리하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르고 이듬해 9월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아베 총리의 재임 기간은 2006~2007년의 제 1차 내각을 포함해 5일 현재 1897일로 전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ㆍ2798일), 요시다 시게루(吉田茂ㆍ2616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ㆍ1980일) 전 총리에 이어 네번째다. 아베의 장기 집권이 실현되면 2019년 8월에는 사토 전 총리를 제치고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된다. 그해 11월에는 역대 최장기 총리인 가쓰라 다로(桂太郞)의 2886일을 넘게 된다. 현재 자민당에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이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외상이 아베 후임으로 거론되지만 존재감이 약해 아베 1강 체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총재 3선에 성공하면 숙원인 개헌에 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는 이날 연설에서 ”자민당은 개헌 발의를 향한 구체적인 논의를 리드해나갈 것이다. 이것이 전후 일관되게 일본을 짊어져온 자민당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당 대회도 “개헌 원안을 발의하기 위한 구체적 행보를 진행한다”고 하는 운동방침을 채택했다. 운동 방침에는 중의원과 참의원에 설치된 헌법심사회에서 논의를 촉진해 개헌 방향을 국민에게 선명하게 제시하고, 여론 형성을 위해 개헌 찬성자 확대 운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현재 자민당을 포함한 개헌 세력은 중ㆍ참의원 모두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한 상태다. 하지만 아키히토(明仁)일왕의 생전 퇴위와 관련한 특별법 제정 등 문제로 본격적인 개헌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헌세력이 입장도 제각각이어서 공통분모를 만드는데는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베는 전쟁 포기를 담은 9조(평화조항) 개정에 야당이 일제히 반대하는 만큼 이를 나중으로 미루고 야당과의 절충이 쉬운 환경권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개헌에 먼저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아베의 장기 집권에는 변수가 적지 않다. 현재 내각 지지율은 60%안팎이지만 고공행진이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당장 아베 총리는 부인 아키에(昭惠)여사가 명예교장인 초등학교의 국유지 헐값 매입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향후 정국의 풍향계인 7월의 도쿄도 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지역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지사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도 금융완화와 적극적 재정정책의 약발이 다해가고 있다.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 전략은 탄력이 붙지 않는 상황이다. 아베는 결국 유리한 정국을 골라 중의원을 해산한 뒤 선거를 통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이날 당대회에서 ”국정 선거에서 4연승하고 있지만 긴장감을 잊지 않고 겸허하고 강하게 계속 도전해내갈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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