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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하는 ‘롯데 죽이기’…한국에선 칭다오 맥주 매출 ‘펄펄’

중앙일보

입력

롯데백화점 선양점의 모습. 이곳에서는 지난 3일 중국인 시위대가 몰려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 롯데백화점 홈페이지]

롯데백화점 선양점의 모습. 이곳에서는 지난 3일 중국인 시위대가 몰려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사진 롯데백화점 홈페이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 제공을 두고 중국 정부의 이른바 ‘롯데 죽이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4일부터 중국 단둥(丹東)지역 점포 2곳, 상하이 지역 2곳 등 매장 총 4곳의 영업을 중단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4일 중국 소방당국이 이들 점포에 대해 불시에 소방점검을 나온 뒤, 일부 소방법 위반 사항을 지적하면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소방점검이란 것이 당국에서 털면 뭐라도 안 나올 수가 없는 구조”라면서 “지적 사항을 시정해 다시 심사를 받을 때까지 영업은 무기한 중단된다”고 말했다.

중국 소방당국, 단둥 롯데마트 2곳 영업정지 #선양 롯데백화점에서는 '롯데 나가라' 시위도 #"3월 15일부터는 한국 면세점 고객 빠질 가능성" #한국에서는 칭다오 등 불매 목소리 나타나

하루 앞선 지난 3일에는 선양(瀋陽)에 있는 롯데백화점 앞에서 기습 시위가 발생했다. 중국 현지인들로 구성된 시위대는 롯데백화점 매장 앞에서 “롯데는 중국을 떠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를 진행했다. 오용석 롯데백화점 팀장은 “당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불법시위라 공안에서 출동해 10분만에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는 그동안 “사드 계약이 체결되면 바로 관제데모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를 세워둔 상태였다.

롯데의 중국 현지 파트너사들도 거래를 끊기 시작했다. 중국 대형 온라인몰인 징둥닷컴은 지난달 28일부터 롯데마트관을 폐쇄했다. 현재는 롯데마트 물건이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알리바바 계열 온라인몰인 티몰 역시 롯데의 플래그숍을 폐쇄했다.

한국으로 떠나는 유커(중국관광객)들은 아직까지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1~2개월 전에 항공권 등을 결제하는 여행업의 특성상 당장 하루 이틀 사이에 관광객이 급감하는 것이 아니라, 2주~1개월 뒤부터 감소폭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노재승 롯데면세점 팀장은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때도 문제가 공론화되고 약 한 달 뒤부터 한국 관광객이 급감했다”면서 “이번 사드 사태 역시 4월은 되어야 고객 감소 폭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당장 3월 15일부터는 주요 면세점의 중국인 고객 감소가 뚜렷할 것”으로 봤다. 3월 15일은 중국국가여유국(중국의 관광공사 격)이 씨트립 등 주요 여행사에게 한국 단체관광객을 보내지말라고 정한 시점이다.

한편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산 제품의 판매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시국에 무슨 중국 맥주냐”면서 불매운동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아직은 미미하다. 사드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1~2월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맥주는 중국산 칭다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측은 “최근 1개월 동안 칭다오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판매가 늘었다”면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드 문제로 불매운동 이야기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할인 행사 때문에 매출에는 영향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롯데하이마트 집계에서도 중국산 하이얼 TVㆍ냉장고나 샤오미 보조배터리 등의 매출은 예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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