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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OOK] 배우 정경호 "사람 냄새 나는 배우이고 싶다"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MBC 수목 드라마 <미씽나인>은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라진 9명의 행방과 숨은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이야기로, 정경호는 해체된 아이돌 그룹의 리더 서준오 역을 맡아 미스터리와 코믹 그리고 로맨스 연기를 오가며 열연 중이다.
정경호

정경호

Q. 드라마 <미씽나인>,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A. 집에 가기 싫은 현장은 되게 오랜만인 것 같아요. 감독님 성향도 워낙 자유로워서 스태프와 배우 모두가 진짜 재미있게 찍고 있어요.

Q. 보기에는 엄청 고생스럽겠던데요? 추락하고, 바다에 빠지고, 온갖 고초를 겪고 있잖아요.
A. 사실 커피숍에서 차 마시며 대화하는 연기보다, 움직이고 뛰고 싸우는 이런 연기가 배우들한테는 오히려 더 쉬워요. 고생스러워도 역동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이런 역할은 아마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거예요. 바다에도 빠지고, 비행기도 추락하고, 무인도에서
도 생활해야 되고! 다만 몸이 좀 피곤할 뿐인가요? 네, 맞아요. 진짜 피곤하긴 너무 피곤해요(웃음).

Q.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떨어진 아홉 명의 이야기. 어쩔 수 없이 <로스트>가 연상돼요
A. <로스트>는 인물들 삶의 이야기가 하나씩 들어가는데, 우리 드라마는 무인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일 거예요. 사실 저는 이 드라마가 이 정도로 미스터리일 줄 몰랐어요.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속은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 찍는 것보다 더 재미있네요.

Q. 미스터리지만 코믹한 장면들이 꽤 많아요. 그때마다 정경호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하더군요.
A. 감독님과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죠. 웃길 때는 처절하게 B급으로 웃기고 심각할 때는 정말로 심각하게 만들자, 애매모호한 장면은 만들지 말자.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무인도에 떨어져서 그들이 누가 죽고 왜 죽었는지에 대해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 그 상황들을 좀 더 유쾌하고 편안하게 즐기게끔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죠.

Q. 주인공 서준오의 모습에서 밝고 유쾌한, 그리고 인간적인 정경호의 실제 모습이 엿보이는 것 같아요.
A. 제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까 캐릭터를 맡을 때 제가 갖고 있는 부분,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그 고민은 여전해요. 내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일단 나 자신을 먼저 알고 나를 보여드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제가 좀 더 차오르면 저와 전혀 다른 캐릭터에 빙의해서 다른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은 제가 가진 좋은 모습이나 장점들을 캐릭터에 부여해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Q. 드라마에 대한 기사 댓글들을 보니까 연기에 대한 평이 칭찬 일색이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유독 연기하는 게 편안하고 즐거워 보이고요
A. 그런가요? 어깨의 큰 짐이 조금 덜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홉 명이나 되는 배우들이 등장하다 보니까 전보다는 마음을 좀 내려놓고 즐기며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듯해요. 예를 들면 전작인 <순정에 반하다>는 (김)소연 누나랑 제가 둘이 책임지고 끌고 가야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여러 배우가 함께하니까 서로 보완도 되고 의지도 돼서 좀 더 편하게 찍고 있죠.

정경호

정경호

Q. 작품을 거의 일 년에 한 편씩 찍고 있어요. 이런 패턴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제가 가진 게 많으면 작품을 더 자주 많이 할 텐데, 부족하다 보니까 한 작품을 끝내면 다시 채우고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충분히 고민한 뒤에 선택해야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Q. 작품을 골라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는 작품성 외에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A. 일단 모든 작품을 볼 때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 될지 선이 그어질 때가 있고 안 그어질 때가 있는데, 안 그어질 때는 감독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죠. 감독님들의 성향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치는 편이에요. 같이하는 사람들도 영향을 주고요.

Q. 작품을 선택할 때 아버지(정을영 PD)의 조언도 듣나요?
A.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아버지는 그냥 응원만 해주세요. 서로의 일에 관해서는 잘 얘기를 안 해요. 일상 얘기만 하죠. 어제도 만났는데, 저는 그렇게 좋은 아들이 아닌 것 같아요. 아버지와는 그냥 친구처럼 지내죠. 지난해에 집 장만을 했다죠? 네. 그래서 처음으로 빚을 졌어요. 꼭 내 집을 갖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빚을 진 건 잘한 일 같아요. 빚진 기분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사람이 겸손해지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집에서는 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편이에요?
A. 영화를 많이 봐요. 개봉한 영화는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보고 난 뒤에 진짜 좋았다 싶은 영화는 대본을 구해서 읽은 다음에 다시 영화를 보기도 하죠. 최근에는 한국 영화 <더킹>, 그리고 해외 영화는 <로렐>을 재밌게 봤어요.

Q. 자신이 출연한 작품도 다시 보곤 하나요?
A. 제 연기는 잘 안 봐요. 내가 어떻게 찍었는지 일단 아니까. 드라마는 촬영하느라 그때그때 보기가 힘들어서 나중에 한두 번 보지만 결심하고 몇 번씩 되풀이해서 보지는 않아요. 다 같이 보는 건 오히려 괜찮은데, 혼자 있을 때 보면 좀 민망하고 창피하더라고요. ‘내가 저때 왜 저랬지? 다르게 할걸’ 하면서 후회도 되고. 어쨌든 부끄러워요.

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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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별히 영감을 주는 배우가 있다면?
A. 너무 많죠. 라이언 고슬링도 좋아하고, 자레드 레토도 애정하는 배우예요. 연기를 할
때 제가 그 두 배우를 좀 많이 따라 하는 거 같아요.

Q. 배우로서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A. 아버지요. 아버지가 제겐 가장 큰 존재예요. 물론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들도 많지만 저한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사람은 아버지인 거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집에 굴러다니던 게 대본이었고 비디오테이프였어요. 지금도 대본을 찾아 읽고 영상을 보며 고민하는 이유가 그렇게 일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기 때문이에요. 저는 아직도 그런 식으로 공부하거든요. 아버지 작품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기도 하고요.

Q. 2002년도에 데뷔해서 배우로 살아온 15년, 돌이켜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A.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현재가 너무 좋아요. 사실 지금도 <미씽나인>을 처음부터 다시 찍으라고 한다면 죽어도 못 찍을 거 같아요. 그냥 이렇게 사는 지금에 만족하고, 서준오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현재의 내 모습이 좋아요.

Q. 20대 시절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나요?
A. 20대 시절보다는 열정이 좀 더 생긴 거 같아요. 그땐 정말로 나 잘난 맛에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내가 뭘 갖고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해요.

Q. 주변 스태프들과 인연이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드라마 속 서준오처럼 의리를 지키는 남자라서 그런가요?
A. 배신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친구들을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새로운 인연을 맺지 않은 지 꽤 오래된 것 같아요. 그냥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게 낫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거든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라도 잘하고 살자는 주의예요.

Q. 소녀시대 수영과 5년 연애 커플이에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실수는 주로 여자 쪽보다 남자 쪽이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일단 저부터 실수를 안 하도록 조심하고, 싸움거리가 생기지 않게 노력하는 편이에요.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많이 하고요. 그래서 싸울 일이 별로 없어요. 연기 외에 관심사가 있다면? 강아지들? 같이 놀고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그 밖에는 제가 뭐 특별하게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들이 없네요. 운동을 잘하지도 않고, 요리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에요. 연기 외에 집중해 본 게 별로 없고, 취미를 가져본 적도 없는 듯해요. 옷은 예전에 좋아했는데 다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고요.

Q. 오직 연기군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A. 단순하게는 이거예요.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특별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사람 냄새가 나는, 정말 내 옆에 있는 친구 같은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자세한 내용은 제이룩 3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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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강숙 (kim.kangsook@joins.com)
PHOTOGRAPHER 안주영 HAIR 혜림(보이드바이박철) MAKEUP 다혜(보이드바이박철) STYLIST 지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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