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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나는 우주전쟁 게임부터 인명 구조까지…중국 드론, MWC 점령

중앙일보

입력

게임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드론이 공중에 떠오른다. 뜨자마자 날아오는 건 외계인이 쏴대는 레이저 광선. 게이머는 태블릿PC와 블루투스로 연결된 드론을 조종해 레이저를 피하고 공격해 온 외계인에게도 보기 좋게 한방 먹인다. 눈앞에 떠 있는 드론은 우주전쟁이 벌어지는 가상의 공간 속으로 게이머를 빨려 들어가게 한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 넥스테크홀에서 키덜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이 드론은 슬로바키아 드론앤베이스가 만든 증강현실(AR) 게임용 드론이다.

중국 DJI 산업용 드론 신제품 '매트리스200' 발표 #교각·송전탑·고층빌딩 등 사람 손 닫기 힘든 곳도 점검 #"드론이 촬영한 데이터, 빅데이터로 활용…스마트 플랫폼 진화할 것"

중국 DJI가 개발한 대형 산업용 드론 매트리스600. 김도년 기자

중국 DJI가 개발한 대형 산업용 드론 매트리스600. 김도년 기자

게임의 수준을 높이는 드론뿐 아니라 스케일이 남다른 제품을 선보인 곳들도 있다. 가로와 세로 1.5m 크기의 대형 책상 위를 모두 차지하고 있는 드론은 중국 DJI의 '매트리스 600 프로'다. 2㎏은 넘어 보이는 고성능 카메라를 달고 태어난 이 드론은 꿈도 야무지다. 헬리콥터가 하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올해 MWC에서 처음 개설된 신기술 기업 전용관 '넥스테크홀'에는 드론존이 따로 마련돼 있다. 한국에선 아이들이나 철없는 어른들의 장난감 정도로 여기지만 드론은 일종의 무인 '커넥티드 헬리콥터'로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성능 카메라를 달고 고층 빌딩, 송전탑, 다리 교각, 풍력 발전소 등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시설물을 점검하는 일, 바다나 화재 현장에서 구조자 위치를 파악하는 일, 명절 고속도로 정체 상황을 보도하거나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 일 등에 쓰일 수 있는 드론들이 소개됐다.

중국 DJI가 MWC 2017에서 발표한 신제품 '매트리스200'

중국 DJI가 MWC 2017에서 발표한 신제품 '매트리스200'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인 중국의 DJI는 MWC 개막 전날인 26일(현지시간) 산업용 드론 신제품 '매트리스 200' 공개 행사를 열기도 했다. DJI의 매트리스 시리즈는 개인 소비자보다는 산업 현장에 쓸 수 있는 용도로 만들었다. 무거운 고성능 카메라나 작업도구를 실을 수 있도록 대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조종기로부터 7km가 떨어진 곳까지 날아갈 수 있고 2㎏ 무게의 장비를 실을 수 있다. 비행시간은 38분으로 짧은 편이지만, 더 오래 날 수 있도록 기술 혁신을 해나갈 것이라는 게 DJI의 계획. 폴 궈 DJI 기업솔루션 디렉터는 "신제품 매트리스200은 항공 데이터 수집이 필요한 기업 수요에 맞춰 제작됐다"며 "농업과 시설물 관리, 구조,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이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하이그레이트가 만든 접이식 소형 드론 'TAKE'

중국 하이그레이트가 만든 접이식 소형 드론 'TAKE'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에 있는 드론제조사 하이그레이트도 한층 진화한 개인용 드론을 선보였다. 등산, 여행을 다니면서 경치를 감상하거나 셀프카메라를 촬영하기 편하도록 가방에 접어 넣을 수 있는 드론 'TAKE'와 'ViEW'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조종기로부터 2킬로미터가 떨어진 곳에서도 카메라로 찍은 비디오를 전송할 수 있다.

전 세계 드론 시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넥스테크홀 드론존에 있는 대형 전시관 3곳 중 2곳이 모두 중국 회사다. 중국의 상업용 드론 시장점유율도 전시관 점유율과 비슷한 70%에 달한다. 이렇게 시장이 커진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드론이 낮은 고도에서도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2015년에는 드론 전용 주파수도 허용하는 등 시장을 키우기 위한 장애물들을 걷어냈다.

드론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DJI 부스에서 만난 한 회사 관계자는 "드론으로 농장을 촬영한 데이터가 쌓이면 빅데이터로서 가장 효율적인 농업 방식을 찾는데 활용될 것"이라며 "농업뿐 아니라 영화, 에너지 인프라, 인명구조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면서 더 안전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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