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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 스키 탈 수 있는 '겨울왕국'은 어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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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미국 땅에는 경이로운 풍경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네바다 주 버지니아시티 출신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풍광’이라고 극찬한 레이크타호(Lake Tahoe)도 그중 하나다. 레이크타호는 해발 1900m 산중에 있고 그 면적(490㎢)에 달한다. 그러니까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해발 1950m) 꼭대기에 광주광역시 면적(500㎢) 만한 담수호가 있다는 얘기다. 레이크타호는 미국 서부지역 사람들에겐 천혜의 자연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휴양지다. 호수에서 여름엔 카약·웨이크보드·수영·스쿠버다이빙 등 온갖 레포츠를 경험하고 겨울엔 호수를 둘러싼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스키를 탄다. 

미국 서부 '레이크타호' #슬로프 따라 내려 오면 #에메랄드빛 광활한 호수 #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는 레이크타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키 리조트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는 레이크타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키 리조트다.

# 시에라네바다의 보물
시에라네바다의 보물(The Jewel Of Sierra)은 미국 사람들이 레이크타호에 붙여준 별명이다. 시에라는 캘리포니아 동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맥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를 뜻한다.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길이가 640㎞,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길이가 110㎞에 달하는 웅장한 산맥 시에라네바다는 미국 본토 최고봉인 휘트니 봉(해발 4421m)과 3개의 국립공원(요세미티·세쿼이아?킹스캐니언)을 품고 있는 미 서부의 대표적인 청정지역이다.


시에라네바다의 북쪽에 레이크타호가 있다. 달걀 모양의 레이크타호는 3분의 1이 네바다, 3분의 2가 캘리포니아 주에 속한다. 레이크타호의 관문 도시는 네바다 주 서쪽에 위치한 리노(Reno). 리노에서 레이크타호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이 걸린다. 레이크타호 투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2일 리노에 머물며 레이크타호에 대한 정보수집에 나섰다. 리노 사람들은레이크타호 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리노에 사는 네바다 관광청 직원 예니퍼는 “리노가 라스베이거스보다 나은 것은 레이크타호 때문"이라며 ”신비로운 호수에서 사계절 내내 자연을 만끽한다”고 말했다.

레이크타호는 미국 서부의 이름난 휴양지다. 여름엔 호숫가에 있는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이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레이크타호는 미국 서부의 이름난 휴양지다. 여름엔 호숫가에 있는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이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예니퍼뿐만 아니었다. 바텐더, 식당 웨이터, 카페에서 마주친 현지 주민 모두 레이크타호를 극찬했다. “최근 6년간 가뭄이 계속 돼 호수 물이 말랐었어요. 하지만 이번 겨울엔 눈이 많이 내려 수위가 5피트(약 1.5m)나 올랐대요. 눈 쌓인 풍경 좀 보세요. 정말 아름답죠.” 리노 다운타운에서 만난 레이크타호 주민 다이애나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쉴 틈 없이 자랑했다.

23일 오전 7시 드디어 리노에서 레이크타호로 출발했다. 레이크타호 투어는 미 서부 지역 관광전 '고웨스트서밋' 참가자들 중 일부와 동행했다. 제28회 고웨스트서밋은 지난달 20~23일 네바다 주 리노에서 열렸다. 이번 고웨스트서밋에는 미 서부 지역 관광청과 여행사, 호텔, 리조트의 마케팅 담당자들 340명이 참석해 전 세계 각지에서 온 바이어들 200여명을 만나 각자의 관광지와 관광상품을 소개했다.


지난 이틀 동안 내리 내린 눈 때문에 길이 엉망이었다. 눈이 쌓여 차선이 보이지 않는 구간도 있었다. 관광객을 잔뜩 실은 버스는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으로 시에라네바다 산자락에 들었다. 1시간30분이 걸려 호수에 닿았다. 화산이 폭발한 곳에 빙하가 녹아들어 형성이 됐다는 레이크타호는 영락없는 바다였다. 바람이 만들어낸 파도가 끊임없이 일렁이고 호숫가엔 모래사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시선을 멀리 두자 해발 3000m가 넘는 시에라네바다의 고봉들이 보물을 지키려는 듯 성벽처럼 호수를 에워싸고 있었다. 겨울에 내린 눈과 비가 녹아들어 형성된 호수는 그냥 떠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고 맨눈으로 약 22m 깊이까지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야 사람들의 말이 과장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산중호수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압도했다.

# 레이크타호의 겨울
레이크타호를 구경할 때 기점으로 삼는 곳은 호수 남쪽에 위치한 ‘스테이트라인(Stateline)’이다. 이곳에 카지노 호텔 5곳과 캠핑장?별장 등 숙소와 편의 시설이 몰려 있다. 스테이트라인 중심부에 네바다 주 캘리포니아 주 경계선이 지난다. 두 주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카지노. 카지노가 있으면 네바다 주, 없으면 캘리포니아 주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의 곤돌라.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의 곤돌라.

레이크타호의 겨울 대표 레저는 스키다. 호수 주변에 스키 리조트가 15곳이나 된다. 대부분 11월 중순에 오픈해 이듬해 4월 말까지 문을 연다. 1년 중 절반이다. 슬로프를 전부 합한 길이가 94㎞에 달하는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는 규모가 클뿐더러 스테이트라인 다운타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에는 레이크타호를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어 일반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곤돌라를 타고 해발 2781m 높이에 있는 전망대까지 약 10분 만에 닿았다. 하지만 안개에 시야가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곤돌라를 타고 타마랙 롯지(Tamarack Lodge)가 있는 곳으로 갔다. 곤돌라 반환점인 타마랙 롯지 주변은 완벽한 겨울 왕국이었다. 롯지 지붕과 전나무 심지어 전신주에 까지, 흰 눈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내려 앉아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의 설경. 온통 하얀 세상이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의 설경. 온통 하얀 세상이다.

하산하는 곤돌라 안에선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마주했다. 곤돌라가 급경사 구간을 내려오면서 구름을 통과하자 레이크타호를 가리고 있던 흰 장막이 서서히 걷히는 듯한 극적인 효과가 발생했다. 레이크타호는 여태까지 본 어떤 호수보다 더 푸르렀다. 눈 덮인 산과 대비돼 푸른색이 더 도드라졌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의 곤돌라를 타고 바라 본 레이크타호의 모습.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의 곤돌라를 타고 바라 본 레이크타호의 모습.

호수를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제피르 코브(Zephyr Cove)로 갔다. 2시간 동안 호수를 누비는 크루즈가 이곳에서 출발한다. 선상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더 극적이었다. 둘레가 약 120㎞에 달한다는 호수는 감히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했다.

와쇼(Washoe) 인디언 부족은 호수에 신이 살고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그들은 레이크타호에서 신을 위해 제사를 지낸다. 타호라는 이름도 와쇼 인디언들이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인디언 말로 타호는 ‘광활한 호수’라는 뜻. 19세기 미국으로 온 중국 노동자들이 거대한 호수 즉 ‘태호(太湖)’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어찌됐든 뜻은 통한다. 아메리칸 원주민이든 머나먼 타지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도 이 거짓말 같은 풍경은 보고도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배를 타고 레이크타호를 2시간 동안 둘러보는 제피르 코브 크루즈 투어.

배를 타고 레이크타호를 2시간 동안 둘러보는 제피르 코브 크루즈 투어.

◇ 여행 정보=한국에서 레이크타호의 관문 도시 리노로 가는 항공편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비행시간이 짧은 것은 인천~시애틀~리노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 항공사 델타(ko.delta.com)가 한국에서 리노까지 가는 항공편을 매일 운행한다. 총 비행시간 약 11시간 30분. 헤븐리 리조트(skiheavenly.com)의 리프트 1일 이용권 가격은 어른 135달러, 어린이 74달러, 곤돌라 주중 어른 54달러, 어린이 32달러, 주말 어른 59달러, 어린이 32달러. 아틀란티스 카지노 리조트 스파(atlantiscasino.com)가 오는 5월 15일까지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 리프트 1일 이용권과 일반 객실 1박을 묶은 스키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1인 149달러. 제피르 코브(zephyrcove.com) 크루즈 어른 59달러, 어린이 29달러. 1달러 약 1130원(2월 24일 기준). 자세한 정보는 네바다 관광청 홈페이지(travelnevad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홍지연 기자 j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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