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KAIST, 한국 먹여 살릴 4차 산업혁명가 키울 것”

중앙일보

입력 2017.03.01 02:30

업데이트 2017.03.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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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성철 KAIST 신임 총장이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지면을 가리키며 “리셋코리아 제안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KAIST를 확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장 집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성철 KAIST 신임 총장이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지면을 가리키며 “리셋코리아 제안대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게 KAIST를 확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장 집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성철(사진) KAIST 신임 총장이 “KAIST 교육시스템을 뜯어고쳐 4차 산업혁명 인재 육성의 전초기지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또 연구만 해도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기술출자기업을 20여 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성철 KAIST 신임 총장 인터뷰
“무학과 단일학부제 추가 도입
물리·화학·공학·예술 통섭 교육
기업이 뽑아가고 싶은 인력 배출”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제안에 동참
“프로젝트 단위로 연구조직 결성
연구만 해도 억대연봉 받게 할 것”

신성철(65)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앙일보와 단독인터뷰를 했다. 신 신임총장은 지난달 27일 총장 집무실에서 KAIST를 4차 산업혁명 전진기지 겸 싱크탱크로 육성하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KAIST는 고등교육법을 적용받는 일반 대학과 달리 특별법(한국과학기술원법) 적용을 받는다. 덕분에 기존 대학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적인 제도를 접목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법의 반대급부로 KAIST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있다. 혁신적인 한국형 교육·연구 시스템을 발굴하고 차세대 한국 산업을 먹여 살릴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임무다.

지금 상황에서 KAIST의 임무는 ‘4차 산업혁명 인재 육성’이라는 게 신 총장 판단이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사물인터넷(IoT) 등 21세기형 신기술에 적합한 인력을 배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KAIST가 맡겠다는 뜻이다.

‘혁명가’를 키우려면 교육제도부터 ‘리셋(reset)’해야 한다. 학사제도를 투 트랙으로 바꿀 계획이다. 기존 학과 중심 트랙은 유지하면서 무학과(無學科) 단일학부를 신규 도입한다. 트랙 선택은 학생에게 맡긴다.

무학과 단일학부를 선택한 학생은 4년간 기초학문만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물리·화학·생물·수학 등 기초과학과 코딩·통계·엔지니어링디자인·자동제어 등 기초공학 과목을 심화전공처럼 깊숙이 배운다. 여기에 철학·예술사학 등 통섭 교육을 병행한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물었습니다. 기초학문 이 탄탄한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업무에 필요한 내용은 회사에서 가르칠 수 있지만 기초학문까지 기업이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무학과 단일학부는 결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배출할 것입니다.”

연구 방식도 뜯어고친다. 유능한 교수를 중심으로 박사과정 학생이 붙는 게 보편적인 랩(lab) 중심 연구다. 신 총장은 학과를 초월해 프로젝트 단위로 연구 조직을 결성하는 매트릭스 시스템을 도입한다. 연구 방식도 ‘협업’에 방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4차 산업혁명이 전통적인 학문의 경계선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예컨대 지금은 자율주행차 연구과제가 나오면 전기및전자공학부 미래자동차랩이 연구를 맡는다. 하지만 매트릭스 시스템이 도입되면 전자과·컴퓨터·기계과·물리학과 소속의 교수·연구원·학생이 다 함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매달리게 된다.

일본의 연구교실 제도를 수정·보완한 협업연구실 제도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는 목적은 매한가지다. 상호 보완적인 연구를 하는 교수 3~5명이 한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신 총장은 일본 과학계가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 배출하는 배경으로 연구교실 제도를 꼽는다. 다만 일본의 연구교실은 주임교수 권한이 지나치게 강력해서 젊은 교수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보고 개선안을 고민하고 있다.

연구가 한국 경제를 살찌울 수 있는 ‘연결 고리’도 마련한다. 교수가 연구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을 출자하면 기술의 가치평가 금액만큼 경영자가 자본을 투자하는 기술출자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출자기업 지분은 연구자와 경영자가 일대일로 보유하게 된다.

신 총장은 “열심히 연구만 한 연구원도 억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기술출자기업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며 임기 중 20여 개 기술출자기업을 설립하겠다고 장담했다.

신 총장은 KAIST 총장 도전 네 번째만에 뜻을 이뤘다. 2004년·2006년·2010년 러플린·서남표 총장에게 밀려 3전4기 했다. 그는 “KAIST 개혁의 고삐를 죄면서 구성원 단결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선출됐다”며 “본질적으로 힘들고 불안한 개혁을 추진하려면 리더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데, 장기간 총장직에 도전하면서 학내 구성원의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KAIST에서 석사 학위(고체물리학)를 받은 신 총장은 개교 46년 만에 첫 동문 총장이기도 하다. “75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할 당시에는 충실한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국내 대학원이 KAIST뿐이었다”고 기억한다. 나노 크기의 자성 물질이 갖는 고유한 특성(스핀)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동역학)를 연구(나노스피닉스)했다. 이 분야에서만 290여 편의 학술논문을 유명 학술지에 게재한, 자성학분야 한국 과학자로는 유일한 미국 물리학회 석학회원이다. 서울대 최석봉·김상국 교수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유천열 교수 등 제자가 자성학 연구의 대를 잇고 있다.

신 총장은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KAIST를 ‘국가 싱크탱크’로 육성하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국가 미래 전략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한국 현실은 정반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략도 달라진다. 신 총장은 이를 지적하면서 “한국 과학기술 미래 전략을 KAIST가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계획의 시험대로 ‘미래전략기술포럼’을 출범한다. 진보·보수 등 정치 성향을 초월해 장기 국가 과학기술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다.

“정희승 시인은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 들어 관악을 보라’고 했었죠. 제게 누군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묻는다면 ‘고개 들어 대덕(KAIST)을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를 KAIST가 배출하겠습니다.”

대전=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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