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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삼성 이끈 사령탑, 5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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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래전략실은 1959년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의 비서실에서 출발했다. 이 선대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 외에 삼성물산·제일제당·제일모직·안국화재(현 삼성화재) 등 계열사가 늘어나자 체계적인 그룹 관리를 위해 비서실 조직을 만들었다. 60년대 후반 내부에 감사팀이 만들어지면서 비서실은 그룹 내 막강한 조직으로 거듭났다. 이후 삼성이 성장을 거듭하던 70년대를 거치면서 명실공히 ‘관리의 삼성’ 헤드쿼터로 자리 잡았다.

비서실 → 구조본 → 미래전략실 → 해체

이 선대 회장의 『호암자전』을 보면 ‘각 사 사장에게 회사 경영을 분담시키고 비서실이 그룹의 중추로서 기획·조정을 하는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나는 경영·운영의 원칙과 인사의 대본(大本)만을 맡아왔다’는 표현이 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지시하는 오너와 그에 따른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미전실, 그리고 이를 실행하는 전문경영인이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의 격변과 함께 미전실도 부침의 역사를 겪었다. 외환위기 시절인 98년에는 구조조정본부(구조본)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구조조정 실무를 담당하는 한시적 조직이었던 구조본은 개별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없는 그룹 전체 역할 조정, 경영 진단, 그룹 브랜드 관리, 신사업 발굴 등의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위상이 강화됐다. 그러다 2006년 이른바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조직이 크게 축소되고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꿨다. 당시 전략기획실은 ‘글로벌 경쟁시대의 지원 조직’을 모토로 내세웠다. 하지만 전략기획실의 운명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삼성 특검’이 수조원대 차명계좌 운용 등 불법행위를 밝혀냈고, 삼성은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전략기획실을 전격 해체했다.

삼성은 2010년 그룹 전체를 총괄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략기획 기능을 부활시키면서 현재 명칭인 ‘미래전략실’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미전실에는 인사지원·법무·홍보·경영진단 등 7개 팀 2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수뇌부 역할을 하며 그룹 내에서 막강한 힘과 위상을 가졌던 미전실은 출범 약 7년 만에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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