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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구설 역풍에 기세 꺾인 유럽 극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뵈른 회케(左), 마린 르펜(右)

뵈른 회케(左), 마린 르펜(右)

올해 선거를 앞두고 승승장구하던 유럽의 극우 정당과 후보들이 악재를 만나 주춤하고 있다.

AfD 회케 “나치 참회 중단” 발언 #지난해 지지율 15%, 올해 10% #르펜은 경찰 출석 불응, 타격 예상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내홍을 겪고 있다. 이 정당 소속 뵈른 회케 튀링겐주 대표가 지난달 공개 연설에서 “나치의 과거사에 대한 참회를 중단하자”고 말한 게 도화선이 됐다. 회케는 유대인 희생자를 위로하는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가리켜 “수도 중심부에 수치스러운 기념비를 세워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그에 대한 출당을 당 지도부가 추진했으나 당내 우파 인사들이 반발하면서 자칫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했다.

그리스발 경제 위기에 이어 난민 유입의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AfD는 총선에서 창당 4년 만에 연방의회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지난해 9월 15%였던 지지율은 10% 이하로 주저앉았다. AfD 일부 당원들은 ‘독일의 여성 트럼프’로 불리던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대표 등 지도부를 교체하자는 서명을 시작했다.

독일 정치 지형에서 AfD의 설 자리도 좁아졌다. 메르켈 정부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입국을 거부당한 망명 신청자들의 추방을 가속화하면서 우파의 공세를 무력화하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 마틴 슐츠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메르켈을 반대하기 위해 꼭 AfD에 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오는 4월 1차 투표가 실시되는 프랑스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려온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26일 르피가로의 여론조사 결과 1차 투표에서 르펜이 27%, 중도파 에마뉘엘 마크롱이 25%를 기록해 격차가 2%포인트로 좁혀졌다. 지난주 중도 거물 정치인인 프랑수아 바이루 전 교육부 장관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마크롱 지지를 표명하면서 상승세를 탄 것으로 보인다.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과 르펜이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의회 보좌관 채용 규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는 르펜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도 암초다. 경찰은 르펜의 측근 2명을 이미 체포했다.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 지난달 27일 집시들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아 이미지 타격도 예상된다.

오는 15일 총선을 치르는 네덜란드에선 극우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PVV) 대표가 단지 “하기 싫다”는 이유로 토론회와 인터뷰 참석을 취소해 구설에 올랐다. 그는 경호 담당 경찰관이 갱단에 위치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주 대중 유세를 중단하기도 했다.

파죽지세였던 PVV의 지지율은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예상 의석수가 6석가량 줄었다. 제1당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1당이 되더라도 다른 정당들이 연정을 거부해 집권당이 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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