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중년 남성도 서점의 주요 고객이었다’는 뉴스를 최근 접하고는 문득 더 궁금해졌다. 대체 한국 남자는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말이다. 도서시장의 큰손은 그동안 30대 여성으로 알려져 왔다. 예스24 등 인터넷서점의 2016년 고객분석 자료를 보면 최근 남성 비중이 조금 높아졌다 해도 여전히 책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건 30~40대 여성이다. 어디 책뿐인가. 뮤지컬 등 공연업계는 여성이 주도하는 대표적인 시장이다. 인터파크가 2016년 티켓 구매자를 성별로 나눠 봤더니 무려 열에 일곱이 여성이었다. 진작부터 TV 드라마의 주 소비층이었던 여성들은 TV 보기를 넘어서 관련 OST 구매에도 적극적이다. 판매량 절반 가까이가 30~40대 여성에게서 나올 정도다.
이쯤 되면 문화예술계는 여자들 덕분에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엔 외식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소위 잘나간다고 입소문 나서 장사가 잘되는 곳엔 예외 없이 여자들로 꽉꽉 들어차 있다. 서울 서촌이 지금처럼 뜨기 전 자리를 잡아 이젠 ‘서촌 황태자’로 불리는 이재훈 오너 셰프는 “처음부터 20~30대 여성 감성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잡았다”며 성공 요인을 여성 타깃 마케팅에서 찾았다. 이 셰프 말처럼 이미 웬만한 외식공간은 여성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르고 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30대 여성들에겐 이처럼 문화를 향유하고 미식 공간을 즐기는 게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됐다. ‘취향 있는 삶’에 투자하면서 여자들은 점점 더 확실한 취향을 갖게 됐다. 이런 여자가 만약 새로 남자를 만나야 한다면 당연히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지 않을까.
그런데 보건사회연구원이 2월 24일 출산율 제고 대책이라며 ‘고소득·고학력 여성의 하향결혼 유도’를 내세웠다. 여자들 보고 돈 덜 벌고 학력 더 낮은 남자 만나라는 소리다. ‘낮은 출산율 책임을 왜 여성에게만 돌리느냐’는 물음을 또 던지기 전에 이 대책 아닌 대책을 보면서 앞으로는 남자들이 여자 만나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걱정이 들었다.
일찍이 개그맨 김숙이 말하지 않았나. “돈은 내가 벌면 되지.” 여자가 배우자를 고를 때 이젠 소득만큼 취향도 중요해졌다. 취향을 존중받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여자가 점점 늘어나니 말이다. 이제 여자를 만나려면 내 돈 써 가며 취향대로 사는 여자들 흉보지 말고 스스로의 취향을 길러야 할 것 같다.
안혜리 라이프스타일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