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발 ‘군비 경쟁’이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2017.02.28 17:36

업데이트 2017.02.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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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발 ‘군비 경쟁’이 시작됐다.

트럼프 정부가 내년도 국방비를 540억 달러(약 61조2630억 원) 증액한다는 내용의 예산안을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의 국방비는 전년 대비 10% 늘어난 6030억 달러(684조 1035억원)로 책정됐다. 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전쟁 중이던 이라크에 미군 2만 명을 추가 파병했던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비 증액이다. 당시 부시 정부는 국방비를 2007년 12%, 2008년 10% 증액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한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을 위한 예산안인 셈이다.

세계 최강 군사대국인 미국이 거의 10년만에 최대 규모 국방비 증액을 추진함에 따라 국제 사회가 군비 경쟁에 휘말릴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지사들과 가진 백악관 간담회에서 예산안과 관련해 “우리는 중동에서 거의 17년 동안 싸우고 있는데 중동 상황은 더 악화됐다”며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반드시 싸워서 이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은 “새 예산안은 미국 군대와 핵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비군사 부문에선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후 최대 규모의 예산 삭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비 지출 세계 1위인 미국은 현재 나머지 모든 정부 부처 예산을 합친 것보다 국방비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국방비 증액분 540억 달러만 해도 국무부의 올해 전체 예산(501억 달러)을 넘어선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비군사 부문 지출 대부분을 대폭 삭감할 방침이다. 특히 국무부와 해외원조, 환경청 등의 예산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국무부 예산을 최대 30%까지 삭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로지 국방비 증액에만 초점을 맞춘 예산안은 트럼프 정부 각 부처의 ‘예산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백악관과 예산 우선순위 재조정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민생예산 삭감 가능성을 우려하며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예산안이 공화당의 주요 이념인 복지 축소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공화당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늘어난 국방비는 이란 호르무즈 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해외의 주요 전략 요충지에서 미군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이에 맞서 이란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정부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올해 군사비를 9% 증액했다.
중국도 3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대폭 늘어난 국방비 예산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의 지난해 국방비가 전년보다 7.6% 늘어난 9543억 5000만 위안(약 157조 800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증가분은 거뜬히 1조 위안을 넘을 전망이다. 중국은 2011~2015년 5년 내내 10% 넘게 국방예산을 증액했다. 지난해 증액률을 낮췄지만, 올해는 다시 10%대로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스텔스기ㆍ핵잠수함 등 전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예산 투입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 첨예하고 맞서고 있는 남중국해에 전략무기 배치를 강화하는데 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중의원도 28일 사상 최대 규모의 방위 예산이 배정된 2017년도 예산안을 가결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97조4천547억엔(약 978조4841억원)의 총예산 중 방위 예산은 5조1천251억엔(약 51조4580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710억엔 늘어난 사상 최대치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지난해 각국별 국방 관련 지출(국방부예산+해외군사작전비)는 미국이 6045억 달러(685조원)로 1위, 중국이 1450억 달러(164조원)로 2위다. 일본은 473억 달러(7위), 한국은 338억 달러(10위)였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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