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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가구로 인테리어 하고 싶다면, 이 트렌드는 꼭 챙겨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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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북유럽풍 인테리어는 요즘 집 꾸미는 데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 주제어다. 간결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이 미니멀리즘 트렌드와 맞닿아 있고, 유행따라 변하지 않는 실용성 때문에 인기다. 2월 6~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스톡홀름 가구 조명 전시회’에 다녀왔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가구와 조명을 만날 수 있는 세계 최대 전시회다. 북유럽풍 인테리어를 탄생시킨 스웨덴ㆍ덴마크ㆍ핀란드ㆍ노르웨이 산업 디자이너와 가구ㆍ조명ㆍ텍스타일 브랜드 등 700여 개 전시자들이 신제품을 선보였다. 북유럽풍 인테리어의 새로운 트렌드를 짚어본다. 스톡홀름=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스톡홀름가구조명박람회, 각 브랜드

2017년 스톡홀름 가구 조명 전시회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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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 남쪽에 있는 대형 전시장 스톡홀름마센에서 열린 2017년 스톡홀름 가구 조명 전시회는 북유럽풍 디자인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100년 넘은 역사의 덴마크 가구 브랜드 ‘리퍼블릭 오브 프리츠 한센’과 ‘칼 한센 앤 선’, 핀란드 브랜드 ‘아르텍’, 스웨덴 브랜드 ‘가르스나스’ 등이 올해도 자리를 지켰다. 북유럽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덴마크 브랜드 ‘앤트래디션’, 대중적으로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젊은 브랜드 ‘구비’ ‘무토’ ‘헤이’ 등 북유럽 가구 대표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색깔로 물든 북유럽 스타일

북유럽 디자인은 간결한 선, 질감을 살린 천연 재료, 차분한 컬러 등 특유의 절제미가 특징이다. 나무나 종이끈(페이퍼 코드) 등 자연 느낌을 살려 나무색 베이지ㆍ화이트ㆍ블랙 등 무채색을 선호했다. 하지만 2017년엔 과거보다 색깔을 과감하게 쓰는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핑크·산호색·연어색·테라코타·코발트·카키·올리브그린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따뜻한’ 기운을 불어 넣은 가구가 대거 등장했다.

회색빛 푸른 벽과 코발트색 바닥으로 꾸민 다이닝룸

회색빛 푸른 벽과 코발트색 바닥으로 꾸민 다이닝룸

전시장 한 쪽 공간에는 ‘트렌드 전시관’이 들어섰다. 유명 전문가를 초대해 앞으로의 인테리어 트렌드를 전망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공간이다. 올해는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로타 아가톤이 꾸몄다. 그는 벽과 바닥을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으로 꾸민 5개의 공간을 연출했다. 회색빛이 감도는 푸른 벽과 코발트색 바닥으로 꾸민 다이닝룸, 인디언 핑크와 버건디 톤을 적용한 침실과 서재, 카키와 올리브 그린 색을 쓴 욕실 등 차분하고 짙은 색이 주류를 이뤘다. 아가톤은 “과거보다 각 방의 색을 더 어둡게 하고, 따듯한 색감을 써서 더 포근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핑크빛 톤온톤으로 꾸민 팝업 레스토랑 '디자인 바'

핑크빛 톤온톤으로 꾸민 팝업 레스토랑 '디자인 바'

전시장 안에 만들어진 팝업 레스토랑 ‘디자인 바’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스웨덴의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이 레스토랑은 온통 핑크 빛이었다. 벽과 바닥, 테이블과 의자, 조명 등 모든 집기는 베이비 핑크부터 연어ㆍ베리ㆍ체리ㆍ버건디까지 각양각색 붉은빛을 톤온톤으로 사용했다. 디자이너 다니엘 헤크셔는 “매력적인, 스마트한, 기능적인 같은 키워드는 버리고 따뜻함, 넉넉함,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침울한 현실 반영한 ‘다크 인테리어’

인테리어 디자인도 정치ㆍ사회적인 영향을 받을까. 스톡홀름 전시회가 내놓은 답은 ‘예스’다. 트렌드 전시관을 꾸민 아가톤 스타일리스트는 “최근의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사람들은 집안에서라도 안락함과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한다”며 “짙은 색을 활용해 포근하고 안정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를 새로운 트렌드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인 브렉시트, 급진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글로벌 정치 불안정이 사람들로 하여금 안락함을 갈망하게 했다는 의미다. 그는 “사회가 안정됐다고 느낀 지난 수년간은 흰색을 많이 사용한 밝고 환한 공간, 노출된 오픈 스페이스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에 ‘둥지’를 틀고 위안을 얻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전문매체 디진은 “오랫동안 유행한 희고 깨끗한 인테리어가 이선으로 후퇴하고 색 다운 색이 전면에 나오게 됐다”고 분석했다. 어두운 색이라고 해서 검정ㆍ회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색감이 풍성해 톤온톤으로 연출할 수 있는 블루ㆍ그린ㆍ핑크 등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가구를 바꾸지 않더라도, 벽지 색깔만 바꿔도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트렌드 색 페인트를 벽에 덫칠하는 식으로 저비용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시도해 볼 것을 권했다.

올리브 그린색으로 꾸민 욕실

올리브 그린색으로 꾸민 욕실

반세기 전 디자인을 되살리다

칼 한센의 CH의자 시리즈. 왼쪽부터 CH25, CH22, 재출시한 CH23, CH24.

칼 한센의 CH의자 시리즈. 왼쪽부터 CH25, CH22, 재출시한 CH23, CH24.

아카이브 속에 잠자던 가구 디자인을 꺼내어 올해 처음 생산을 재개한 제품도 공개됐다. 대표 제품은 칼 한센이 50여년만에 재출시한 의자 CH23. 덴마크 디자인 거장 한스 웨그너는 1949년 칼 한센과 파트너십을 맺고 몇 주만에 의자 4개의 디자인을 완성했는데, 이 가운데 CH23 의자만 생산이 중단된 상태였다. Y체어 또는 위시본체어로도 불리는 CH24, 라운지 체어 CH25 등은 중단없이 생산된 반면, CH23은 1960년대 이후 생산을 멈췄다. 옛날 방식 그대로 좌판을 나무가 아닌 종이끈(페이퍼 코드)을 엮어 만드는데, 제조 방법이 까다로워 오랜 기간 준비한 끝에 반 세기만에 부활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50여년 만에 재출시되는 칼 한센 CH23 의자

50여년 만에 재출시되는 칼 한센 CH23 의자

칼 한센은 1908년 설립된 덴마크 디자이너 가구 브랜드로, 상징적인 북유럽 의자 판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전시 부스 한 켠에서는 장인이 위시본 체어를 만드는 과정을 시연했다. 나무로 만든 의자 뼈대의 좌판 부분에 종이끈을 사방으로 엮어 의자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관객이 몰렸다. 우람한 팔뚝을 한 장인은 “의자 하나 만드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며 “의자 수명은 50년 쯤 간다”고 말했다.
덴마크 브랜드 '헤이'도 전시회를 통해 오래된 디자인을 재출시했다. 50년대 후반 프리소 크레이머와 빔 리트펠트가 디자인한 의자와 테이블을 다시 선보였다. 나무 등받이와 좌판에 V자 강철 다리를 군더더기 없이 연결한 리저트 체어와, 비슷한 느낌의 피라미드 테이블은 60~70년대 네덜란드 학교에서 책걸상으로 주로 쓰였다. 2017년판은 가정용 식탁과 의자 또는 서재에 알맞을 듯했다.

1950년대 말 디자인을 재출시한 덴마크 브랜드 헤이의 의자와 테이블

1950년대 말 디자인을 재출시한 덴마크 브랜드 헤이의 의자와 테이블

미래의 거장 꿈꾸는 신진 디자이너들

전시장에는 미래의 거장을 꿈꾸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 전시회도 마련됐다. 캐나다 밴쿠버의 디자인 스튜디오 ‘나프 앤 브라운’은 대나무를 두른 진열장과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명으로 떠오르는 신예상을 받았다. 스톡홀름의 하하스튜디오는 두 개의 전구를 U모양의 알루미늄 튜브로 연결해 웃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조명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스튜디오 토루는 나막신에서 영감을 얻은 라운지 체어를 선보였다. 나무 신발 틀에 가죽 덮개를 씌운 나막신처럼 나무 소재 스툴 의자에 두꺼운 가죽을 붙여 등받이를 만든 심플한 디자인이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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