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진료비 처음으로 60조원 넘어…고령화에 재정 '빨간불'

중앙일보

입력 2017.02.27 14:36

지난해 건강보험이 적용된 진료비가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넘어섰다. 중증질환과 임플란트 등에 대한 보장성 확대, 인구 고령화의 영향이다. 특히 노인 진료비가 급증하면서 향후 건보 재정 유지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

6년만에 최대 증가…1인당 월 진료비 10만원 진입
암ㆍ임플란트 보장성 강화, 만성질환에 비용 급증
노인 진료비 전체의 38.7%, 백내장ㆍ고혈압 치료 ↑
2019년부터 재정 적자 전환…"중장기 대책 세워야"

  건강보험공단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7일 지난해 진료비를 분석한 건강보험 주요 통계ㆍ진료비 통계지표를 공동 발표했다. 지난해 총 진료비는 73조4732억원이며 이 가운데 건보 적용 진료비는 64조576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건보 진료비는 전년 대비 6조6221억원 오르면서 6년 만에 최대폭인 11.4% 증가를 기록했다. 1인당 월 평균 진료비도 10만6286원으로 처음으로 10만원대에 진입했다.
  건보 진료비는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0년 43조6283억원으로 처음 40조대에 진입했고 3년만인 2013년(50조9541억원)엔 50조를 넘어섰다. 그리고 또 3년만에 60조를 돌파한 것이다.

연도별 진료비 증가율 그래프.

연도별 진료비 증가율 그래프.

  이처럼 진료비가 늘어난 이유는 뭘까. 암ㆍ심장ㆍ뇌혈관ㆍ희귀난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점차 강화되기 때문이다. 노인 임플란트 등 치과 진료에 대한 건보 적용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대 중증질환 진료비는 14조9369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치과 진료비도 같은 기간 6000억 정도 증가했다. 또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진료비 급증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25조원에 가까운 진료비가 이렇게 지출되며 전년 대비 증가액도 2조7715억원에 달한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진료비 부담은 이미 현실이 됐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5조187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8.7%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가입자 중 노인 비율이 12.7%인 것과 비교하면 3배나 많은 의료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노인 1인당 월 평균 진료비는 32만8599원으로 전년 대비 3만2840원 증가했다. 입원 진료는 '노인백내장'이 가장 많았고 외래 진료는 '본태성 고혈압'이 최다였다. 특히 노인 중에서도 고령자의 진료비 지출이 컸다. 70세 이상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428만8863원으로 전체 가입자 평균(127만3801원)의 3.4배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거란 점이다. 건보 진료비 증가 속도가 이를 말해준다. 40조에서 50조를 돌파한 3년간(2010~2013년) 7조3258억원이 늘었다. 하루에 67억, 연간 2조4400억 정도 진료비가 더 불어난 셈이다. 하지만 50조에서 60조를 넘어선 최근 3년간(2013~2016년)은 13조6227억원이 증가했다. 하루 평균 124억, 매년 4조5400억원씩 가입자의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이대로라면 올해나 내년이면 70조원 돌파가 가능하다.

  진료비 오름세가 이어지면 건보 재정도 적자로 돌아서는 건 시간 문제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흑자는 3조856억원을 기록했다. 6년째 ’플러스’ 행진이 이어졌지만 흑자폭은 2012년(3조157억원) 이후 가장 적다. 누적된 흑자 규모는 20조원(지난해 기준)이지만 향후 전망은 ‘잿빛‘이다. 이달 공개된 건보공단의 '중기 재정수지 전망'에 따르면 2019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2019년 당기 수지가 1조1898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다음해엔 2조8459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저소득층이 덜 내고, 고소득층이 더 내는 방향으로 정부가 추진중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이뤄지면 매년 수조원의 재정 손실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건보 재정 악화를 우려한 정부는 올 연말까지인 국고 지원 기한을 연장할 계획이다. 최근 당정협의에서 이러한 방향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해 여야간 조정을 거쳐야 하지만 양측 모두 '지원 연장'에 동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건보 재정을 유지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20조원의 적립금이 쌓여있다고 하지만 2022년쯤이면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국고 지원 유지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보장성 조정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한만큼 길게 내다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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