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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의 MLB밀] '소통왕' 오승환의 영어 비법

중앙일보

입력

야구 팬들이 자주 하는 말, 세상에서 가장 쓸데 없는 일이 오승환 선수 걱정하는 것이랍니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선수는 늘 그랬듯 자신감이 넘쳤고, 유쾌했습니다. 홈런을 맞았어도 평소와 똑같았습니다.


오승환 선수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2017년 시범경기 첫 등판을 했습니다.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3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1이닝 동안 3피안타 3실점(2피홈런)을 기록했습니다. 홈런 2개는 모두 가운데로 몰린 직구였습니다.

오승환 선수 인터뷰 [박지영 아나운서]

오승환 선수 인터뷰 [박지영 아나운서]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승환 선수는 조금 머쓱해 했습니다.

시범경기 2피홈런 "정신 차리고 WBC 잘할게요" #MLB 2년차지만 오승환에 대한 예우는 '보스급' #영어방송 보고 거침없이 질문...영어 실력도 쑥쑥

“뭐, 홈런 맞을 수도 있죠. 하하. 지금은 내 공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포수 야디어 몰리나도 ‘오늘 했던 볼 배합을 시즌 때 똑같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줬습니다. 홈런을 맞았으니 이제 정신 차리고 WBC에서 잘해야죠.”

오승환 선수는 곧바로 짐을 챙겨 27일 새벽에 한국으로 떠납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유일하게 WBC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서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취재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승환 선수도, 그의 동료들도, 또 한국에서 온 취재진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오승환 선수의 표정이 작년보다 한결 더 밝아진 것 같아 보기 좋더군요.

“다들 저 보고 그러던데요. 표정이 너무 좋아졌다고요. 지난해도 저에겐 의미있는 한해였지만, 올해는 더 즐거워요. 이제 다 친구 같고, 가족 같거든요. 그리고 저 원래 잘 웃어요!”

오승환 선수 인터뷰 [박지영 아나운서]

오승환 선수 인터뷰 [박지영 아나운서]

오승환 선수는 메이저리그 2년 차 선수입니다. 세인트루이스 스프링 캠프에서 오승환 선수는 2년 차 훈련 조에 들어갔다가 바로 쫓겨났다고 합니다. 2년차인 어린 선수들이 오승환을 베테랑들이 있는 조로 보내버렸기 때문이죠. 팀 내 베테랑 선수들도 오승환 선수를 부르기도 했고요. 선발투수 애덤 웨인라이트, 잭 듀크 등 메이저리그 베테랑들과 함께 훈련하게 됐죠. 지난해 6승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한 특급 마무리에 대한 당연한 예우일 겁니다. 이런 배려에 오승환 선수도 많은 고마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오승환을 취재하러 왔다는 말에 불펜포수 테란은 “오, 껕판완(끝판왕)” “안녕하세요” “엄마” 등의 한국말을 쏟아내며 친근함을 보였습니다. 외야수 덱스터 파울러는 인터뷰를 한다고 약속해놓고 갑자기 안 하겠다고 해서 저를 놀라게 했죠. 알고 보니 오승환 선수가 제 뒤에서 두 팔로 X자를 만들며 ‘인터뷰 하지 말라’고 장난친 것인데요. 파울러는 “오승환 선수의 허락 받고 오면 인터뷰를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몇몇 선수들을 만나보니 오승환 선수가 동료들을 꽉 잡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오승환 선수는 팀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필드 밖에서도 많이 어울린다고 하네요. 식사자리에서도 ‘파이널 보스’의 포스를 풍기나 봅니다.

지난해 오승환 선수가 메이저리그 루키였을 때 마이크 매시니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오승환에게 먼저 다가가 어울리려 노력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팀 미팅 때는 선수단 모두가 한국어를 하나씩 배웠다고 하니 세인트루이스의 팀워크가 얼마나 끈끈한지 짐작이 갔습니다.

오승환 선수가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단지 그가 야구를 잘해서가 아닐 겁니다. 동료들 마음씨가 좋기 때문만도 아닐 겁니다. 현장에서 보고 깜짝 놀란 건 오승환 선수의 영어실력이었습니다. 미국에 온 지 1년 만에 오승환 선수는 의사소통을 아주 편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오승환 선수 인터뷰 [박지영 아나운서]

오승환 선수 인터뷰 [박지영 아나운서]

오승환 선수의 통역을 맡고 있는 구기환씨는 “승환이 형의 영어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리스닝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죠. 궁금한 게 있으면 즉각 물어서 답을 알아내는 성격이고요. 언어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특히 요즘은 다른 선수들과 얘기할 때 제가 뒤로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굳이 제가 끼어들지 않고 선수들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곤 해요”라며 웃었습니다.

오승환이 1년 만에 ‘소통왕’이 된 이유가 뭘까요? 구기환씨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첫째는 많이 듣는 것, 둘째는 말이 막히면 바로바로 물어보고 배우는 것, 셋째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듣고 보니 어떠신가요? 오승환 선수 그가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과 비슷하지 않나요?

오승환 선수 인터뷰 [박지영 아나운서]

오승환 선수 인터뷰 [박지영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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