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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북한의 VX 암살, 대량살상무기 차원에서 제재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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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이 김정남의 사망 원인이 화학무기인 신경작용제 VX 중독이라는 부검 결과를 지난 25일 최종 확인했다. 다중이 이용하는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를 인명 살상용으로 버젓이 사용한 것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화학무기를 반인륜적·반인권적 대량살상무기(WMD)로 규정한 지 오래다. 1997년의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서부터 개발·생산·비축·사용을 금지했으며 미국과 러시아도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다양한 생화학무기 제조 능력을 보유한 데 이어 이미 수천t을 비축해 실전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CWC는 물론 전시 생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1925년 제네바 의정서에도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화학무기 사용 전력이 있는 시리아 정부군 등 반인륜적 집단에 화학무기를 확산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정권을 철저히 제재해 화학무기 확산은 물론 생산과 비축도 포기하도록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마침 윤병세 외교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 파견됐다. 윤 장관은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한의 화학무기 사용을 새롭게 의제화해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도 협조해 2008년 11월 삭제했던 테러지원국 명단에 북한을 새롭게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북한 정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금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 2회의 핵실험과 24회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올해 초에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데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VX 테러는 국제사회가 더욱 강하게 손잡고 대북제재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국제사회는 핵과 미사일에 이어 화학무기까지 만지작거리는 북한에 대해 이제 WMD에 대응하듯 행동으로 응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