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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아파트 입주 거절, 은행거래 차단 … 헌법 보호서 제외된 일본 조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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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야쿠자와 헌법
(やくざと憲法)
도카이(東海)TV
취재팀 지음
이와나미(岩波)
서점 출판

지난 19일 일본 도쿄 시내의 온천. 탈의실에서 한 남성과 관리 직원 간 실랑이를 목격했다. 직원은 “죄송하지만 나가달라”고 말했다. “일행이 있다”는 통사정도 소용없었다. 탕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쫓겨난 남성의 팔에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작은 스티커로 가려지는 문신의 경우 입장을 허용하는 온천이 늘고 있지만 상당수 업소는 여전히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출입을 막는다. 야쿠자(폭력조직원) 배제 법률과 관련 조례가 퇴출의 근거다. 문신이 폭력배의 전유물이 아니란 건 이미 일반인들도 알고 있다.

『야쿠자와 헌법』은 몸에 위협적인 문신을 그린 폭력배들의 이야기다. 2015년 나고야(名古屋) 등 일본 주쿄(中京)지방에서 방송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같은 이름의 다큐멘터리를 엮은 책이다. 도카이TV 취재팀이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를 담아 발간했다. 오사카(大阪)에서 실제 활동하는 27명의 야쿠자가 등장한다.

사회악으로 불리는 야쿠자들은 인권 침해를 주장한다. “은행 계좌를 만들 수 없다” “자녀를 보육원에 맡기지 못한다” 고 하소연한다. 일본에선 1992년 폭력단 대책법이 시행됐다. 야마구치구미(山口組) 등 전국 주요 조폭들의 조직원들은 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 호텔 행사장이나 식당을 빌릴 수 없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서 숙박업소에 머물지 못하기도 한다.

『야쿠자와 헌법』은 일본헌법 제14조 ‘법 아래 평등’ 규정이 야쿠자와 그 가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폭력단의 부당 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법이 기본적 인권까지 무시해도 되는지 묻는다. 범죄 집단이란 이유로 권리를 빼앗을 경우 일반 국민들의 인권도 국가가 얼마든지 제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치국가의 기본에 관한 문제 제기다.

2012년 후쿠오카(福岡) 야쿠자 조직은 ‘특정위험 폭력단’ 지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후쿠오카 지방재판소는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규제이며 공익 관점에서 필요하고 합리적”이라고 판결했다. 헌법이 보호하는 인권의 범위와 한국 조직폭력배 관리 실태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일본 베스트셀러 (2월 12일~18일, 인문 분야)

① 오닌의 난(?仁の?), 고자 유이치 지음, 주오코론신샤(中央公論新社)=무로마치 시대 가장 강력한 쇼군이었던 요시미쓰가 죽은 후 하극상의 전국시대를 연 오닌의 난(1467년~1477년) 원인과 배경 분석.

② 사피엔스 전사(サピエンス全史), 유발 하라리 지음, 가와데쇼보신샤(河出書房新社)=왜 호모 사피엔스만 번영한 것일까. 48개국에서 발간된 세계적 베스트 셀러.

③ 일본인의 관습(日本人のしきたり), 이쿠라 하루타케 지음, 세이슌슈판샤(?春出版社)=새해가 되면 집 현관에 카가미모찌를 내놓고 입춘 전날에 콩을 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명절 관습의 유래를 살핀다.

 그리스인 이야기(ギリシア人の物語)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신초사(新潮社)=아테네 황금시대의 붕괴를 재촉한 것은 포퓰리즘이었다. 민주정치의 빛과 그림자.

 그리스인 이야기(ギリシア人の物語)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신초사(新潮社)=그리스 민주정치의 실상과 소수 병력으로 거대 페르시아 제국을 무찌른 힘 분석. 

※집계=야에스(八重洲)북센터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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