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선택의 아웃소싱

중앙일보

입력 2017.02.24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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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요즘 어디에서 옷을 사시는지요? 백화점과 시장, 아웃렛과 대형몰, 그리고 마트라 불리는 하이퍼마켓, 온라인은 개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대형몰, 소셜커머스 직구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인판매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상을 담는 사진들을 게재하면 콘텐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옷이나 장신구들이 어떤 제품인지 묻는 질문에 답을 하다 인기 있는 제품으로 한두 개씩 공동구매를 진행해 봅니다. 그 결과가 좋으면 쇼핑몰로 확대하고 쇼룸을 열기까지 합니다.

소비자들은 나와 비슷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셀레브리티(유명인의 다른 말이죠)를 선호하며, 한번 선호하는 판매자가 생기면 반복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은 생활의 형태와 스타일이라는 두 가지 범주를 포괄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상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개수가 이달에 파는 몇 가지 정도로 한정돼 있다는 것입니다. 셔츠나 바지라는 키워드만 넣어도 수천 개의 결과가 나오는 다양성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은 나에게 딱 맞는 것을 골라 주는 취향저격 서비스를 원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스티치 픽스라는 서비스는 옷을 고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신체치수와 선호하는 스타일,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정보를 넣으면 매달 다섯 벌의 옷을 선택해 보내줍니다. 이 중 마음에 드는 것은 결제하고 나머지는 반송하는 서비스인데 연매출 3000억원까지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르는 일에 지친 사람들에게 알아서 해주는 일이 얼마만큼 큰 가치가 있는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것은 어떤 옷을 보낼 것인가 하는 결정이 인공지능의 1차 추천과 전문스타일리스트의 최종 선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비디오 대여점을 없애 버린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영화의 장르를 세분화한 마이크로 태그로부터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고양이가 나오는 1970년대 폭력적 스릴러 영화”와 같은 세분류가 가능하게 된 것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영화를 본 후 영화의 세부 요소들을 기록한 것이죠. 여기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영화를 고르기 전에도 지능적인 추천을 해주는 것입니다.

내 맘에 꼭 드는 것을 원하기도 전 먼저 제시해 주는 것, 이제 선택이 아웃소싱되는 세상이 오고 있습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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