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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원서 극장·박물관까지…환승 공항은 즐거운 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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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있는 세계 톱 10 공항

카타르 도하 하마드 공항 곳곳엔 고가의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면세구역 중앙에 있는 램프 베어는 카타르 왕실이 78억원에 들여온 작품이다. [사진 도하 하마드공항]

카타르 도하 하마드 공항 곳곳엔 고가의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면세구역 중앙에 있는 램프 베어는 카타르 왕실이 78억원에 들여온 작품이다. [사진 도하 하마드공항]

“나는 내 비행기가 늦어지기를 갈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야 어쩔 수 없는 척하며 조금이라도 더 공항에서 뭉그적거릴 수 있으니까.” 작가 알랭 드 보통이 『공항에서 일주일을』에 쓴 것처럼 공항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패션 에디터 박정희(34)씨는 “먼 거리를 갈 때는 일부러 환승을 하고 라운지도 이용해본다”며 “서비스와 디자인의 다채로움을 볼 수 있고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 있다”고 말했다. 공항 본연의 목적 외에 이렇게 공항이라는 공간에 의미를 두는 관광객이 늘면서 전 세계 공항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공항 안에 극장·공원·박물관을 들여놓는가 하면 특급 호텔을 능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세계적 항공 연구기업인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2016년 10대 우수 공항 중 개성이 뚜렷한 공항 6곳을 소개한다. 

싱가포르 창이 - 아이들의 천국

싱가포르 창이공항 3터미널의 나비정원. [사진 싱가포르관광청]

싱가포르 창이공항 3터미널의 나비정원. [사진 싱가포르관광청]

각종 조사에서 세계 1위에 단골로 오르는 공항이다. 스카이트랙스 조사에서는 종합 순위 뿐 아니라 레저시설, 공항 호텔 부문 1위에 올랐고 다른 수많은 부문에서 톱3 안에 들었다.

싱가포르관광청은 “정원 도시를 지향하는 나라답게 공항 곳곳에 다양한 주제의 정원이 있다”며 “정원을 산책하면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1터미널에는 수련·선인장 정원, 대한항공이 들어가는 2터미널에는 해바라기·난초 정원, 아시아나가 오가는 3터미널에는 나비 정원이 있다. 창이공항에는 아이를 위한 공간이 특히 많다. 모든 터미널에 어린이를 위한 놀이방과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실이 있다. 2·3터미널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24시간 무료 극장도 있다. 아이가 노는 동안 어른들은 쇼핑을 하거나 카야 토스트를 먹으며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창이공항 환승터미널에 있는 어린이용 미끄럼틀 [사진 싱가포르항공]

창이공항 환승터미널에 있는 어린이용 미끄럼틀 [사진 싱가포르항공]

싱가포르항공은 환승객을 위한 이벤트를 3월 31일까지 진행한다. 환승객에게 20싱가포르달러(약 1만6000원) 바우처를 준다. 환승 터미널 안 500여 개 상점과 라운지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바우처로 ‘앰배서더 트랜짓 라운지’(25 싱가포르달러)도 이용할 수 있다. 2·3터미널 인포메이션 카운터에서 전자 항공권과 싱가포르 도착 탑승권을 보여주면 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도쿄 하네다 - 에도시대 거리 보는 재미

도쿄 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 4층은 에도시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사진 TIAT]

도쿄 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 4층은 에도시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사진 TIAT]

도쿄에는 나리타(成田)와 하네다(羽田), 공항이 2개다. 7년 전만 해도 나리타가 모든 면에서 우월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2010년 대대적으로 시설을 확장한 이후 2015년 세계에서 5번째로 이용객이 많은 공항이 됐다.

하네다는 작은 공항이다. 여객 터미널 면적이 23만㎢로, 인천공항의 절반도 안된다. 작지만 꼭 필요한 시설을 효율적으로 갖추고 있다. 공항 국제선 터미널 4층에 있는 에도(江戶) 마켓도 그런 시설 중 하나다. 유명 건축가 나카무라 소토지(中村外二)가 에도시대풍으로 꾸민 공간으로, 식당과 상점이 있다. 목재 건물과 옛 그림으로 꾸며진 골목만 거닐어도 여행하는 기분이다. 도쿄의 유서 깊은 식당 분점이 많아 일본을 뜨기 전 마지막 식사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30가지 튀김을 파는 ‘쿠시노보’, 라면 장인 추카사 메지마(前嶋司)가 운영하는 ‘세타가야’가 대표적이다. 150년 전통의 디저트 카페 ‘아사쿠사 우메조노’도 있다.

하네다공항 5층에 있는 플라네타륨 스타리 카페 [사진 TIAT]

하네다공항 5층에 있는 플라네타륨 스타리 카페 [사진 TIAT]

공항 5층에는 천체 운행을 형상화한 ‘플라네타륨 스타리 카페’가 있다. 반구형 천장에 4만 개의 별이 반짝인다. 취항하는 도시 영상과 단편 애니메이션 등을 상영한다. 입장료 어른 520엔(약 5200원), 어린이 310엔에 음료도 포함돼 있다.

홍콩 -시내 맛집 총집결

홍콩공항에는 홍콩 유명 맛집이 많다. 디저트 카페 허유산. [사진 신중숙]

홍콩공항에는 홍콩 유명 맛집이 많다. 디저트 카페 허유산. [사진 신중숙]

홍콩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다. 국제선 이용객이 두바이·런던 히드로공항 다음으로 많다. 그래서일까. 입출국 수속과 환승 편의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한국인은 홍콩공항에서 자동 출입국 서비스에 등록하면 여권이 만료될 때까지 지문만 찍고 공항을 드나들 수 있다.

도시 자체가 세금이 없어서 굳이 공항 면세점에서 쇼핑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상점이 300개가 넘어 시내에서 못 산 선물이나 기념품, 가벼운 옷 등을 사기에 좋다. 1·2터미널 곳곳에 4곳 있는 디즈니 스토어가 인기다.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미처 못산 게 있다면 이곳에서 해결하면 된다. 미식도시답게 공항 안에 식당만 약100개에 달한다. 『시크릿 홍콩』저자 신중숙씨는 “유명한 홍콩 체인 식당 대부분이 공항에 있다”며 “홍콩의 ‘김밥천국’인 취와(翠華)부터 고급 레스토랑 카페데코, 캐비어를 파는 해산물 바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홍콩공항 디즈니숍. [사진 신중숙]

홍콩공항 디즈니숍. [사진 신중숙]

이색 시설도 많다. 주로 저가항공이 오가는 2터미널 출국장 밖에는 360석을 갖춘 아이맥스 극장이 있다. 17일 현재 라라랜드(2D), 미녀와 야수(3D) 등을 상영 중이다. 75~120홍콩달러. 2터미널 6층에도 재미난 공간이 있다. 최근 일본 식품회사 니신이 ‘마이 컵 누들 팩토리’를 열었다. 30홍콩달러를 내고 들어가면 온갖 재료를 조합해 나만의 컵라면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런던 히드로 - 쇼핑 목적지

런던 히드로공항 5터미널에 있는 해리 포터 스토어. [사진 히드로공항]

런던 히드로공항 5터미널에 있는 해리 포터 스토어. [사진 히드로공항]

영국 런던의 5개 공항 중 히드로공항이 가장 크고 역사도 깊다. 1차 세계대전 시절부터 비행기가 드나들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낡고 노후하기로 악명이 높았는데 2000년대 후반 터미널 대부분을 개보수하면서 달라졌다.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 탑승객을 위한 런던 히드로공항 5터미널 [사진 영국항공]

영국항공과 이베리아항공 탑승객을 위한 런던 히드로공항 5터미널 [사진 영국항공]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한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는 2터미널, 대한항공이 있는 스카이팀 항공사는 4터미널을 쓴다. 영국항공(브리티시에어)과 자회사인 이베리아항공이 독점하는 5터미널은 2016 스카이트랙스로부터 ‘최우수 터미널’로 꼽혔다. 영국항공을 타고 5터미널을 이용해봐야 달라진 히드로공항의 진면모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알랭 드 보통이 일주일을 체류하며 구석구석 둘러본 곳이 5터미널이다. 이곳에는 영국이 자랑하는 식당과 상점이 많다. 미쉐린(미슐랭) 스타 셰프의 이름을 내건 ‘고든 램지 플레인 푸드’가 대표적이다. 샐러드·샌드위치 등 간편식부터 3코스 요리까지 판다.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피크닉 세트(14파운드)도 판다. 출국장 밖에 있다. 2016년 11월엔 5터미널 출국장 안에 해리 포터 숍도 생겼다.

히드로는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 이용객에게는 더 편한 공항이다. 터미널 상관없이 모든 항공사의 비즈니스·퍼스트클래스 승객은 전용 패스트 라인으로 입출국 수속을 할 수 있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취리히 - 초콜릿부터 오메가 시계까지

취리히공항은 저렴한 초콜릿부터 럭셔리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쇼핑 명소다. [사진 스위스관광청]

취리히공항은 저렴한 초콜릿부터 럭셔리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쇼핑 명소다. [사진 스위스관광청]

취리히공항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공항은 아니다. 인천~취리히 노선에 대한항공만이 주 3회 운항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취리히공항은 유럽 최고의 공항 중 하나로 꼽힌다. 환승도 편하지만 무엇보다 쇼핑을 즐기기 좋다. ‘도착지 면세점’은 기본이다. 취리히 공항에 내리는 순간 면세 쇼핑을 할 수 있다. 취리히공항에서 출국한다면 굳이 여행 중에 초콜릿 같은 기념품을 살 필요가 없다. 스위스 슈퍼마켓 체인 쿱(Coop)과 미그로스(Migros)가 있다. 국제선 출국장 밖에 있어 가격은 면세가 아니라 시내 슈퍼마켓과 동일하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도 많다. 에르메스·티파니 등이 입점해 있고, 고급 화장품 라프레리와 럭셔리 시계 오메가와 IWC 등도 공항에서 살 수 있다.

환승이 편하고 쇼핑하는 재미가 있는 취리히공항. [사진 스위스관광청]

환승이 편하고 쇼핑하는 재미가 있는 취리히공항. [사진 스위스관광청]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 박윤정 과장은 어퍼데크에 있는 스위스 레스토랑과 에어사이드 센터에 최근 개장한 지중해식 레스토랑 발터(Walter)를 추천했다. 박 과장은 “어퍼데크는 스위스 라끌렛 치즈로 만든 햄버거가 인기”라며 “발터는 바쁜 승객을 위해 6·10·15분 안에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구분해 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도하 하마드 - 미끄럼들도 예술작품

도하 하마드공항 터미널에 있는 미끄럼틀. 미국 조각가 톰 오터니스의 작품이다. [사진 도하 하마드공항]

도하 하마드공항 터미널에 있는 미끄럼틀. 미국 조각가 톰 오터니스의 작품이다. [사진 도하 하마드공항]

중동에는 막강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3대 항공사가 있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 그리고 카타르항공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가 허브 공항이다.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카타르 왕실이 160억달러(약 18조원)를 들인 도하 하마드 공항이 2014년 개항하면서다.

공항은 외관부터 남다르다. 파도를 형상화한 여객 터미널과 거대한 모스크가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터미널 안은 더 화려하다. 인테리어는 세련됐고 체크인 카운터의 소품까지 고급 제품을 쓴다. 최근 도하 공항을 이용한 박정희씨는 “체크인 카운터 가구로 스위스 브랜드 USM 제품을 써서 놀랐다”며 “오일 머니의 힘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도하 공항에는 예술 작품이 도처에 전시돼 있다. 터미널 한 가운데에 높이 7m, 무게 20t에 달하는 거대한 곰 조각 ‘램프 베어’가 있다. 스위스 예술가 우어스 피셔 작품인데, 카타르 왕실이 경매를 통해 78억원에 들여왔다. 어린이를 위한 미끄럼틀도 미국 조각가 톰 오터니스의 청동 조각 작품이다. 카타르항공 한국지사 김지영씨가 전해준 쇼핑 팁이 있다. 카타르 안으로 주류 반입이 안되지만 공항 면세점에서는 위스키나 꼬냑을 1+1으로 팔 때가 많아 귀국 길에 사면 좋다. 3월11일까지는 면세점 구매액의 18%를 환급해주는 행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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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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