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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 심할 땐 시술, 만성일 땐 보존요법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김선영 기자]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환자 200만 명 시대. 환자는 어느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다.

디스크는 치료 선택지가 다양한 질병 중 하나다. 의사마다 처방이 달라진다. 환자가 치료법을 선택할 때 혼란에 빠지기 쉽다.

'보존요법'과 '시술'의 경계선에 있는 모호한 증상의 환자라면 더욱 그렇다. 이때 질환과 치료법의 특성, 내 몸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면 치료 정답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시술 혹은 보존요법, 어떤 치료를 받아야 최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를 이어주는 연골 조직이다. 탄력성이 있는 디스크 덕분에 척추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노화와 외부 충격, 잘못된 자세 등으로 인해 디스크가 제자리에서 벗어난 경우를 말한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건드려 통증을 유발한다. 디스크를 치료할 때는 기본 원칙이 있다.

수술이나 시술에 앞서 약물 치료·운동 같은 보존요법을 먼저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거스르는 경우가 있다. 마미 증후군이 왔을 땐 ‘수술’을 받는 게 정석이다. 마미 증후군은 튀어나온 디스크가 척추를 따라 내려가는 말꼬리처럼 생긴 신경 다발을 압박하는 것을 말한다. 마비 증상을 동반한다. 대소변을 보기 어렵고 성기능이 떨어지며 발목과 엄지발가락 감각이 둔해진다. 빨리 치료받지 않으면 영구 마비가 오기 쉽다. 한양대구리병원 정형외과 박예수 교수는 “대소변 장애나 마비가 왔을 땐 수술을 먼저 고려한다”며 “문제가 되는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아예 고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MRI 소견보다 증상 심하면 시술 고려


이처럼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시술이나 보존요법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시술은 통증을 유발하는 디스크나 신경을 직접 제거하지 않는다. 대신 디스크를 태워 크기를 줄이고(수핵감압술), 디스크 때문에 발생한 신경의 염증을 스테로이드제·국소마취제 같은 주사로 가라앉혀(신경차단술·신경성형술) 통증을 해소한다. 디스크로 좁아진 척추신경 통로를 넓혀 통증의 원인인 유착을 완화(풍선확장술)하기도 한다. 반면에 보존요법은 소염제, 진통제 같은 먹는 약과 허리 운동, 물리치료, 휴식 등으로 통증과 증상을 개선한다. 보존요법은 기본적으로 6주 이상 해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급성기 통증 환자는 이 기간을 견디기 힘들다. 시술을 받으면 빠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직장인 최모(38)씨는 심한 허리 통증과 왼쪽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방사통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아기를 허리에 태운 채 팔굽혀펴기를 한 게 화근이었다. MRI 검사 결과 삐져나온 디스크가 신경이 지나가는 척수강을 침범한 상태였다. 소염제·진통제를 2주간 먹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입원 후 ‘신경차단술’을 두 차례 받았다. 1주일간 침대에서 꼼짝 않고 안정을 취했다. 그러자 통증평가점수가 8점에서 1점으로 줄었다. 3개월 후 다시 찍은 MRI에서는 디스크의 절반 이상이 제자리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허리와 다리 움직임도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홍성준 교수는 “먹는 약으로 통증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신경뿌리의 염증을 진정시켜 급성기 통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 환자 중에는 MRI 검사 소견과 실제 느끼는 증상·통증의 정도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다. MRI 검사상으론 병변이 심하지 않지만 극심한 통증이 계속된다면 시술을 고려하는 편이 낫다. 이미 디스크가 많이 진행돼 수술해도 신경 손상이나 마비처럼 후유증이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구성욱 교수는 “수술에 대한 기대효과가 낮을 때도 급성 통증을 해소하기 위해 시술을 권한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는 자연치유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다. 치료를 받지 않아도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시술은 저절로 회복되기 전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통증·저림 증상을 완화하고 치료기간을 단축하고자 할 때 가장 적합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술을 자주 받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신동아 교수는 “치료법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최신 시술법은 반복적으로 치료를 받을수록 효과가 좋다는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꾸준한 허리 운동, 디스크 통증 개선


하지만 수술·시술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디스크를 건드리게 된다. 정상 조직이 손상을 입기도 한다. ‘웬만해선 허리는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는 인식이 생긴 이유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는 “허리디스크를 아물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이상 손상시키지 않고 자연치유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49세 주부의 이모씨 사례를 보자. 그는 허리와 왼쪽 다리에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수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사와 상의해 먼저 약으로 통증을 조절해 보기로 했다.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치료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도 배웠다. 이씨는 매일 운동요법을 배운 대로 실천했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통증에서 해방됐다.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한 초기에는 시술보다 소염제·진통제 같은 약물 치료를 하는 게 좋다. 허리 통증에 좋은 운동까지 꾸준히 하면 증상을 잡을 수 있다. 운동요법은 디스크의 구성 성분인 수핵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을 튼튼하게 만든다. 섬유륜이 튼튼해지면 수핵이 신경뿌리를 자극할 위험이 줄어 염증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정선근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는 디스크가 찢어졌을 때는 1년 반에서 2년, 신경 뿌리에 염증이 생겼을 때는 6개월 후면 통증이 줄어든다”며 “약물 치료, 운동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 이 기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스크로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도 보존요법이 제격이다. 만성 통증은 통증이 자주 오고 한 번 생길 때마다 오래간다. 이럴 때마다 시술을 받는 건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신동아 교수는 “신경차단술은 보편적으로 1년에 6회 정도를 권한다”며 “좀 더 최근에 개발된 신경성형술·수핵감압술의 경우 1년에 2~4회 이상 받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데, 이는 치료를 많이 받을수록 치료 효과가 좋다는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럴 때는 통증 관리 측면에서 물리·약물·운동치료를 병행하는 게 낫다. 당뇨병·심장질환·폐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고령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시술에 따른 위험 부담이 없는 보존요법을 받으면 통증 감소는 물론 재발을 막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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