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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탄핵안 헌재 갔으니, 정치인은 헌법 절차 지켜보는 게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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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태극기·촛불로 양분된 광장에 여야 대선주자들이 올라탔다. 오히려 부재(不在)로 존재감을 드러낸 이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그는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 초창기부터 촛불집회에 함께했다”며 “그러나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으니 헌법적 절차가 진행되도록 지켜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관들의 의지가 강하니 지켜봐야 한다. 정치인들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가지고 제도권 안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율 면에서 손해볼 수 있다’는 질문에 그는 “정치인은 소신대로 행동하고 평가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19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는 필연”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안철수 전 대표는 19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권교체는 필연”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춘식 기자]

그는 “콘텐트가 없는 대통령을 뽑으면 우리나라가 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가 그룹이 만들어 주는 걸 암기해 읽기만 해 토론회를 통과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기 생각이 아니니 다 잊어버리고, 원래 가치관ㆍ우선순위로 돌아간다. 이런 걸 다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대선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자신의 양강 구도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급부상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대결할 가능성은 없겠느냐고 묻자, 그는 “안철수- 안희정 대결이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 위기의 대한민국에서 50대가 경쟁하면 미래를 얘기하는 발전적 구도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기대는 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민주당) 당 대표를 했으니 잘 안다”고 덧붙였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의 당 장악력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는 1시간의 인터뷰 동안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인터뷰 #촛불 광장 안 나가 지지율 손해? #소신 따른 행동 평가받는 게 정치인 #‘더 좋은 정권교체’ 위한 첫 선거 #콘텐트 없는 대통령 또 뽑으면 망해 #대선 4자나 5자 구도로 치러질 것 #선거 후 여전히 여소야대 … 협치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포기 등을 예측했다.
“지난해 말부터 말했는데 아무도 안 믿더라. 정치인의 예상이 틀리는 건 자기 희망사항을 말해서 그렇다. 객관적인 사실과 흐름을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지난해 총선 때도 그랬다. 국민과 많은 대화를 하고 현장에서 보면서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3당 체제가 되겠구나 했다. 선거 일주일 전에 예상 의석으로 35~40석을 이야기했는데 아무도 안 믿더라. 국민을 이미 꽂혀 있는 말뚝으로 생각하고 덧셈, 뺄셈만 하고 있더라.”
이번 대선은 어떤 구도로 보나.
“정의당을 포함해 4자나 5자 구도가 될 거라고 본다. 결국엔 정권교체 자격이 있는 국민의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양강 구도가 될 것이다.”
바른정당에서 선거 연대, 더 나아가 후보 단일화를 얘기한다.
“선거 전에 연대론이 난무하는 건 굉장히 비정상적이다. 그 사이 해법이 묻히게 된다. 외국은 선거를 치른 후 협치의 틀을 만들어 낸다.”
선거 후 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떤 당이 집권해도 여소야대다. 협치할 수밖에 없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94석, 국민의당 38석, 바른정당 32석이다. 과반 정부를 구성하려면 두 당 혹은 세 당이 힘을 합쳐야 된다. 그는 ‘협치’라는 말을 쓰면서 연정이란 말을 쓰진 않았지만, ‘선거 후 연정’이란 뜻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정치인 안철수와 선거

정치인 안철수와 선거

한때 당 지지율 26%, 개인 지지율 50%였는데 지금 미약하다.
“지난해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 PC 보도 이후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분노하고 불안해했다. 당시 지지율에 대한 기준은 누가 분노를 잘 대변해 줄지였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폭등했던 이유다. 지금은 과거 청산에 몰려 있다. 이 시장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과거 청산 기준으로 후보나 정당까지 평가하게 됐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라진 상황에서 누가 미래로 끌고 갈 수 있을까, 누가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가 기준이 된다. 19대 대선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민주당과 옛 새누리당이 아닌 제3당 후보가 대선에서 강세를 보인 적이 없다.
“지금까지와 달리 진보·보수의 선거가 아닌 구도가 되는 거다. 정권교체는 너무나 당연한 상황에서, 어느 선택이 ‘더 좋은 정권교체’인가로 치러지는 첫 선거가 될 것이다. 지금 구도에선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정권교체는 필연이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나라가 5대 절벽(수출·내수·일자리·인구·외교)에 서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 봤나. 물로 덮인 잔잔한 수면에서 에베레스트 같은 물결이 쳐오는 상황이다. 우리에겐 낭떠러지에서 (5대 절벽 문제를) 해결하며 거대한 물결에도 대비해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있다. 절박하게 나라 살리기 운동을 해야 한다. 지금 와서 보고서 읽어주는 거 그대로 가고, 자기가 판단 못하면 그거야말로 국가경쟁력이 훼손되는 길이다.”
요즘 언어가 독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게 선하면 약하고 악하면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론 그 반대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5년 동안 진흙탕 구르면서 온갖 경험을 다했다. 그 과정 중에 제가 가진 내부적인 강인함들이 저절로 나오는 것 같다. 제가 마치 약한 사람,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유부단한 사람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잘나가던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고 종횡무진하겠나.”

그는 이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 제목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치도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며 “‘아재 개그’ 중에 어떤 장수가 병사들을 끌고 산에 올라가 다들 지쳤는데 ‘이 산이 아닌 가벼’ 한다는 게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곤 “당 대표로 할 수 있는 모든 선거는 다했다. 압축 경험, 농축 경험을 했다”면서 ‘정치인 안철수’를 부각했다.

글=고정애ㆍ안효성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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