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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북 대사…"부검 결과 수용 못해, 한국이 북한 이미지 훼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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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것과 관련해 17일 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기자회견을 했다. 강 대사는 이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강 대사는 17일 밤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이다. 강 대사는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내려갔다.

이날 강 대사가 읊은 성명의 주요 내용은 북한 대사관의 반대에도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한 말레이시아 측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강 대사는 말레이시아 측의 부검 결과를 절대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 대사는 "애초 말레이시아 측은 우리 대사관에 북한 시민(김정남)이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면서 확인을 요청했고, 우리는 이에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강 대사는 "우리 영사관의 보호를 받는 외교관 여권 소지자인 그에 대해 우리가 부검을 반대했음에도, 말레이시아는 우리의 허락 없이 이를 강행했다"며 "우리가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부검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에 대해서는 '정치 스캔들'이라는 표현으로 '최순실 게이트'를 거론하며 궁지에 몰린 한국 정부가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을 이용해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북한과 '적대 세력'인 한국 정부가 말레이시아 정부와 결탁했다는 주장이다.

강 대사는 "이는 말레이시아 측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우리를 속이려는 것이며, 우리를 해하려는 '적대 세력'과 결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 대사는 "한국 정부가 '정치 스캔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이를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해 북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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