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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미·일 대북정책, 부시 때 강경모드로 되돌아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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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6일 독일 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3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로이터=뉴스1]

16일 독일 본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3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로이터=뉴스1]

‘너무나 기이한 사건(too extraordinary event)’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북핵 포기”
CVID 원칙 명시한 공동성명 채택
한·미, 중국 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윤병세·틸러슨 회담서 실행안 논의

지난 16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김정남 피살사건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이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장관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의 대응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회담은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렸다. 두 장관은 행사장인 메리어트 본 호텔에서 오후 5시6분부터 약 25분 동안 회담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뒤의 첫 회담, 그동안 추측이 난무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도 이 자리에서 큰 윤곽을 드러냈다. 양국은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실행 방안을 논의하는 등 강경한 대북 압박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회담 뒤 윤 장관은 기자들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접근 방안(joint approach)’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했다. ‘공동의 접근 방안’ 중 하나로 세컨더리 보이콧이 논의됐다고 관련 사정에 밝은 당국자는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의 제재를 위반한 당사자만 처벌하는 프라이머리 제재와 달리 세컨더리 보이콧은 위반자와 거래하는 제3국 단체, 개인도 제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핵무장 최종화 단계에 굉장히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면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게 만들기 위한 실질적 견인책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그중 세컨더리 보이콧 활용 방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직접 논의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한·미 회담이 끝난 직후 옆방에서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이 약 30분간 열렸다. 3국은 회담 뒤 지난 12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북한의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행위들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은 특히 “장관들은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규정했다.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5년) 때 수립된 북핵 해결의 원칙으로, 북한은 “굴욕적”이라며 크게 반발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도 CVID란 강경한 원칙을 북핵 문제에 적용하겠다는 점을 처음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3국 장관회담과 공동성명은 모두 미국 주도로 이뤄졌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소녀상 이견 못 좁힌 한·일=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이 17일 회담했지만 실질적 소득은 없었다. 갈등을 풀자는 데는 의견이 같았지만 방법론과 상황 인식엔 차이가 명확했다고 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이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하자 윤 장관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합의 정신의 취지를 존중하고 이에 배치되는 언행을 자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본이 소녀상 보복 조치로 지난달 9일 본국으로 소환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의 복귀 시점에 대해선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

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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