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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③ 캄보디아 바탐방 "박쥐가 1000만 마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늘은 바탐방(Battambang)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캄보디아엔 앙코르와트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바탐방이라니, 좀 생소하죠? 바탐방은 캄보디아 제2의 도시입니다. 프놈펜에서 약 290㎞ 떨어져 있고요, 인구는 약 55만 명이에요. 크메르 왕조 때 조성된 도시로 1794∼1907년엔 태국령에 속했습니다. 그런다 1907년에 프랑스령이 됐고, 1941∼1946년 다시 태국령이 됐다가 1946년에 캄보디아에 속하게 됐습니다. 접경지역이라 분쟁이 많았고, 크메르 시대 유적 또한 많은 곳이죠. 또 캄보디아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톤레삽 호수를 끼고 있어서 최대 곡창지대이자 카카오·빈랑·고무·과수가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휴우~ 관광 해설은 여기까지.

바탐방에 가면 ‘툭툭’을 타지 않을 수 없어요. 길거리에 그것밖에 안 보이거든요. 툭툭은 삼륜오토바이를 개조한 건데 나라마다 이름도 모양도 각양각색이에요. 캄보디아 툭툭은 이렇게 생겼답니다.

툭툭은 하루 15~20달러 정도면 전세도 가능해요. 여럿이 렌트하면 교통비를 확 줄일 수 있지요. 우리도 거리 여행자와 손잡고 한 대를 빌렸지요. 4명 정도가 타기에 딱 적당한데, 종종 툭툭 하나에 5~6명이 타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테트리스 게임 화면처럼 작은 오토바이에 몸을 구겨 넣고 가는 여행자들을 보면 어찌나 안쓰러워 보이던지. 사실 오토바이도 안 돼 보입니다. 오토바이가 그렇게 힘이 센 줄 캄보디아에서 처음 알았거든요.

툭툭을 타는 게 캄보디아 여행의 목적이냐고요? 아니지요. 우리의 목표는 대나무기차입니다. 여기서는 ‘노리’라고 불러요. 대나무기차 정거장은 시내에서 약 5km 떨어져 있는데, 툭툭을 타면 30분 정도 걸려요. 도착해선 툭툭 대신 ‘자전거를 타고 왔어도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기서 잠깐! 대나무기차라고 해서 ‘대나무로 내부 인테리어를 한 기차’를 기대하면 곤란해요. 캄보디아 대나무기차는 대나무 평상 그리고 모터. 이게 끝이에요. 그러니까 ‘모터 달린 대나무 평상’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원래는 곡물 수송용이었다고 하네요. 곡창지대인 바탐방에서 쌀을 수송하기 위해 만든 임시 교통수단이 관광용으로 발전한 것이죠. 대나무기차 선로는 약 7km 정도 뻗어 있고, 요금은 1인당 5달러입니다. 꽤나 비싸죠?

통통통~, 경운기 엔진 음이 들리고 드디어 ‘모터 달린 대나무평상’이 달립니다. 그런데 이거 장난 아니네요. 지붕도 유리창도 없는 100% 오픈카라서 속도감이 엄청나요. 시속 30~40km로 달리는데 바람을 온몸으로 맞다 보니 체감 속도는 몇 배가 됩니다. 특히 다리를 건널 때는 금방이라도 강으로 튕겨 나갈 것 같아 대나무평상을 꽉 쥐고 있었어요.

대나무기차의 진동에도 익숙해지고, 옆으로 지나가는 한적한 시골 풍경을 즐기고 있을 무렵 갑자기 기차가 속력을 늦춥니다. 저 멀리 보니 반대편에서 또 다른 ‘모터 달린 대나무평상’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철로가 하나라서 ‘이거 좀 이상하다’ 했는데, 바로 영화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죠. 그런데 여기에도 나름의 ‘교통법규’가 있더라고요. 사람 수가 적은 쪽이 비켜주는 겁니다. 어떻게 비켜 주냐고요? 선로에서 대나무기차를 뜯어내서 길 옆으로 비켜서는 거죠.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기차를 조립해서 유유히 달립니다. ㅋㅋ. 우리가 탄 대나무기차는 그날 ‘최고로 붐비는 기차’라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운이 좋았죠. ^^

대나무기차의 행선지는 바탐방 최고의 관광지 ‘박쥐동굴’이에요. 그런데 너무 일찍 왔어요. 박쥐님은 해가 진 6시 이후에 볼 수 있다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있었거든요. 아쉬워하는 우리를 보고 툭툭 기사님이 “낮에도 박쥐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는 거예요. 다시 툭툭으로 갈아탔지요. 바탐방 남쪽으로 강을 따라 쭉 내려가니 강기슭에 웬 나무 하나가 보이더군요. 기사님은 그 옆에 툭툭을 세웠어요.

처음엔 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줄 알았어요. 눈을 크게 뜨고 보니 헉! 덩치 큰 ‘과일박쥐’였어요. 수백 마리 박쥐가 나뭇가지에 붙어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이름 때문인지 박쥐가 사과나 배만큼 커보였어요. 박쥐는 어두운 곳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낮에 보니 참 신기했어요.

박쥐도 구경하고 강에서 현지인들이 낚시하는 모습도 보다가 이왕 온 김에 근처에 있는 왓 바난(Wat Banan) 사원도 들렀다 왔어요. 왓바난 사원은 ‘미니 앙코르와트’로 불리는데, 언덕 위에 위치해 주변 풍경도 볼 수 있고 특히 올라가는 계단이 아름다워서 현지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랍니다. 우리 부부는 여기서 남은 시간을 때웠답니다.

그리고 해질 무렵 다시 박쥐동굴로 갔어요. 바탐방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박쥐동굴이니까요. 대나무기차를 타고 간 박쥐동굴과 다른 ‘프놈 썸뻐으’라는 곳이에요. 여기가 바탐방에서 가장 유명한 박쥐동굴이에요. 툭툭을 타니 이동 중에는 앉아 쉴 수 있어서 오토바이 타는 것보다 훨씬 여행이 편안했습니다. 특히 툭툭 기사님이 지나치는 곳곳마다 조미료처럼 재밌는 설명도 해주셔서 바탐방 여행이 더욱더 즐거웠습니다. 참, 오토바이나 툭툭이나 매한가지로 매연이 많이 들어오니 큰 길을 달릴 때는 마스크를 쓸 것을 추천해요. 캄보디아엔 오래된 차들과 오토바이들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보다 매연이 심하게 느껴지거든요.

20분가량 툭툭을 타고 달리니 앞에 바위산 하나가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바위산 중간에 아주 커다란 동굴이 있는데 속에서 ‘끽끽’소리가 들렸어요. 소리만 들어도 오싹한 기운이 들 정도였죠. 그래도 시계를 보니 아직 해질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바위산 정상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20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니 눈앞에 끝없이 논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탐방이 왜 캄보디아 최대 곡창지대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산 위에 있는 사원도 구경하고 뛰어 다니는 원숭이들도 구경하다가 시간 맞춰 내려왔습니다. 사람들이 아까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우리도 서둘러 동굴이 잘 보이는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길가에 서서 봐도 되지만 배가 출출했거든요. 캄보디아 여행에서는 저녁 먹기 전, 입맛 돋우는 용으로 코코넛이 최고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코코넛 한통을 원샷했죠(하나에 1000원 정도거든요). 갑자기 후두둑 후두둑 소리가 나면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동굴 안에서 박쥐들이 드디어 떼를 지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툭툭 기사님이 역시나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해줬는데, 이곳에서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박쥐가 무려 1000만 마리나 된다네요. 박쥐들은 야행성이라서 해가 지고서야 사냥하러 동굴 밖으로 나온다고 해요. 이 많은 박쥐들이 30분 동안 하늘에 그림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마치 검정 오로라를 본 느낌이랄까요! 30분 넘게 우와~~를 연발하며 입을 벌리고 봤습니다.

박쥐의 비행은 도무지 끝나질 않았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 져서 바탐방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박쥐의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박쥐처럼 서로 도와가며 잘 붙어서 살자’는 교훈을 얻었죠. ㅋㅋ

처음으로 툭툭을 빌려 여행해 봤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경찰이나 공무원은 빼고)현지인들은 정말 착했어요. 걱정이나 욕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아픈 역사 때문인지 툭툭 기사님은 “전쟁 없이 살아가는 것만도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그의 얼굴에선 행복함이 묻어났습니다. 우리도 툭툭 기사님처럼 행복하게 살아야겠어요! 이상으로 오늘의 행복한 여행 마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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