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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유망 스타트업 판별법? 창업자 됨됨이 먼저 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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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국 최초의 비트코인(가상 전자화폐) 거래소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주목받고 있는 ‘코빗’, 미국 시장에 한국식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소개한 ‘타파스미디어’, 가사도우미 연결 서비스로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투자를 유치한 ‘미소’…. 최근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 스타트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스트롱벤처스의 종잣돈을 받은 회사들이란 것이다. 이 회사의 역할은 창업 초기 회사들에 돈을 대 주고, 이들이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b>벤처캐피털 ‘스트롱벤처스’ 존 남, 배기홍 대표</b>존 남 스트롱벤처스 LA 사무소 대표(왼쪽)와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서울사무소 대표. 두 사람은 스페인 작은 섬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 사이다.

벤처캐피털 ‘스트롱벤처스’ 존 남, 배기홍 대표존 남 스트롱벤처스 LA 사무소 대표(왼쪽)와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서울사무소 대표. 두 사람은 스페인 작은 섬에서 초등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 사이다.

2012년 설립된 스트롱벤처스는 미국 로스엔젤레스(LA)와 서울에 사무실을 둔 종잣돈(시드머니·seed money)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이다. 지난 5년 간 70여개 미국·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주목받는 회사들을 여럿 키웠다. LA사무소의 존 남(43) 대표와 서울사무소의 배기홍(43) 대표는 “실리콘밸리 못지 않게 LA의 창업 열기도 뜨겁다”며 “한국서 출발한 스타트업을 미국 시장에 소개하고, 미국서 문 연 스타트업을 한국을 발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코빗·타파스미디어·텀블벅·미소 …
종잣돈 지원 벤처마다 시장서 주목

한국 창업자 수준 높지만 실무 약해
디테일·실행력 키운 뒤 해외 나가야

쿠팡에 인수된 ‘레코미오’와 옐로모바일에 인수된 ‘한인텔’ 같이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투자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스트롱벤처스 주도로 결성을 마친 2차 투자조합은 규모가 180억원에 달한다. 창업 초기에 종자돈을 투자하는 만큼 리스크도 크지만 그만큼 수익도 크다. 레코미오를 쿠팡에 넘기며 받은 쿠팡의 지분은 초기 투자 금액의 9~10배 수준이다.

5년 간 투자를 통해 생긴 투자 철학은 “창업자의 됨됨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행 착오 끝에 얻은 교훈이다. 배 대표는 “제품과 시장을 따지기도 했고, 솔직히 학벌을 보고 투자한 적도 있다”며 “잘 되는 스타트업은 학벌이나 실력보다 사람 됨됨이나 의지가 남달랐다. 창업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보고, 이들을 믿고 투자하는 게 핵심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코빗의 유영석 대표, 타파스미디어의 김창원 대표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 대표는 “이 사람이 뭘 할지는 몰라도 이 사람에겐 무조건 투자해야겠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며 “이럴 때 성공 확률이 높더라”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투자를 하는 이들에게 글로벌 진출 노하우를 물었다. “요즘 창업자들이 무조건 글로벌 진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은 확실히 큰 시장이지만 그 곳에서 성공하기는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남 대표는 “한국 시장이 너무 작으니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건 강박관념”이라며 “한국은 생각만큼 작은 시장이 아니다. 과연 미국에서 사업을 제대로 벌일 수 있을지, 스스로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따져보라”고 조언했다. 배 대표는 “한국 창업자들 수준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 디테일에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끔 대표가 자기 서비스의 디테일을 모르고 ‘그건 기술이사 담당인데’ 라고 말할 때가 있다”며 “디테일과 실행력을 먼저 키운 다음에 글로벌 진출을 꿈꾸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죽마고우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그것도 스페인령의 라스팔마스라는 작은 섬에서다. “둘 다 아버지가 수산업체에 다니셨거든요. 나중에 제가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들어왔지만, 편지로 계속 연락할 정도로 친했어요.”(배기홍 대표)

이들은 200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다시 만난다. 창업 열풍이 뜨겁던 때였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하던 남 대표는 돌연 한국계 기술자들이 창업한 무료 인터넷전화 서비스 스타트업 ‘다이얼패드’에 취업했다. 당시 미 스탠퍼드대 유학 중이던 배 대표는 이후 와튼스쿨(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했지만 1학기 만에 학교를 중퇴한다. 뮤직셰이크란 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스타트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이들이 2012년 VC를 열기로 한 건 “직접 사업하는 것보다 남들이 사업하는 걸 돕는 게 더 적성에 맞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신의 창업 경력을 살려 『스타트업 바이블』이란 책을 썼던 배 대표는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에 멘토 역할을 해 주던 터였다. 창업 초기에 종잣돈 1억~2억 정도를 대주는 시드머니 VC가 되기로 한 것도 이 시절에 창업자들이 가장 막막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왜 창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LA에 첫 사무소를 냈을까. 두 대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남 대표는 “한국계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기로 방향을 세웠고, 그러자면 LA가 실리콘밸리보다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실리콘밸리는 이미 VC들이 포화 수준일 정도로 많고 ▶LA는 해외에서 가장 많은 한국인이 사는 ‘교포 수도’인데다 ▶카카오·NHN·넥슨 등 국내 IT 회사들의 미국 지사도 대부분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남 대표는 “LA는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이은 세 번째 스타트업 허브고, 스냅챗이나 라이엇게임즈 같은 성공 사례도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스트롱벤처스가 투자한 주요 회사들

① 코빗(www.korbit.co.kr)

● 서울 소재
● 한국 최초의 비트코인(전자화폐) 거래소
● 최근 비트코인 가격 급등하며 주목받아

② 타파스미디어(www.tapas.io)

● 미 샌프란시스코 소재
● 한국 웹툰·웹소설 모델을 미국에 소개
● 카카오 31억원 투자 등 투자자 크게 늘어

③ 텀블벅(www.tumblbug.com)

● 서울 소재
● 미국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 한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성장

④ 스낵피버(www.snackfever.com)
● 미 LA 소재
● 한국 과자를 정기 배달해주는 서비스
● 소비자 97%가 한국계 아닌 미국인

⑤ 비석세스(www.besuccess.com)

● 서울 소재
● 스타트업·기술 전문 미디어
● 2010년 설립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

⑥ 러시오더(www.rushorderapp.com)

● 미 LA 소재
● LA를 중심으로 한 음식 배달 앱
● 취향에 맞춘 식당 및 메뉴 추천

⑦ 미소(www.getmiso.com)

● 서울 소재
● 가사도우미 연결 서비스
● 미국 최대 벤처투자사 와이컴비네이터로부터 투자 유치

자료 : 스트롱벤처스

LA=임미진 기자, 서울=박수련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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