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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통령 안 부러운 ‘캐통령’ 아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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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해외의 유명 장난감도 직접 구입해 동영상을 만든다는 권원숙 대표는 “세계 모든 아이가 우리가 만든 동영상을 시청하고, 우리가 만든 인형을 사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해외의 유명 장난감도 직접 구입해 동영상을 만든다는 권원숙 대표는 “세계 모든 아이가 우리가 만든 동영상을 시청하고, 우리가 만든 인형을 사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요즘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그’의 존재를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아이들에게 그의 존재감은 ‘뽀통령(뽀로로+대통령)’에 버금간다. 그의 이름은 캐리. 장난감 동영상 ‘캐리 앤 토이즈(Carrie and Toys)’의 여성 진행자다. 날마다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게 전부다. 하지만 아이들 세상에서 그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현재 유튜브 구독자가 141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조회 수도 13억5400만 건에 달한다. 뽀통령에 빗대어 생겨난 ‘캐통령(캐리+대통령)’이란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권원숙 캐리소프트 대표
유튜브 구독 141만 명, 누적 조회 13억
캐리 앤 토이즈 등 4개 채널 운영 중
‘1일 1콘텐트’로 작년 매출 50억
“현지화로 아시아의 디즈니 될래요”

권원숙(48) 캐리소프트 대표는 ‘캐리 언니’를 키워낸 주인공이다. 캐리의 인기에 힘입어 캐리소프트는 최근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18억원,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32억원 등 총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권 대표는 동영상의 인기 비결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부끄럽지 않은 콘텐트를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지금은 대학 2학년인 딸의 영문 이름(캐리)을 회사명으로 정했어요.”

캐리소프트는 현재 캐리 앤 토이즈를 비롯해 캐리 앤 북스(Carrie and Books), 캐리 앤 플레이(Carrie and Play), 캐리 앤 송(Carrie and Song) 등 4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유튜브·네이버·카카오TV 등 모바일 기반에서 IPTV·케이블TV·공중파까지 자신들의 콘텐트를 전방위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콘텐트에 교양과 정보의 가치를 가미한 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이를 위해 권 대표는 진행자의 눈높이와 카메라 앵글의 높이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또 ‘면 대 면 의사소통 ’의 형식을 차용, 카메라가 진행자를 화면 가득 담아 어린이 시청자가 팔을 뻗으면 손에 닿을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권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키즈 콘텐트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1993년 동덕여대 독문과를 졸업한 그는 20년 넘게 기업연수와 여행을 접목한 비즈니스&트립 분야에서 일하던 중 동영상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동용 콘텐트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조사를 해보니 아이들이 볼 만한 영상이 별로 없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적에 큰 인기를 끌었던 ‘뽀뽀뽀’는 TV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됐더군요. ”

하지만 캐리소프트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4년 10월 11평(약 36㎡)짜리 스튜디오 겸 사무실에서 직원 3명으로 출발한 캐리소프트의 초기 3개월 매출은 고작 17만원이 전부였다. 아파트 담보 대출을 받아 사업 자금을 충당할 정도로 힘겨운 나날이 이어졌다. “우리 영상의 초기 콘셉트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손만 클로즈업하는 방식이었죠. 그러다 캐리 언니 얼굴이 궁금하다는 댓글을 보고 얼굴을 공개하게 됐는데 그것이 신의 한 수였어요. ”

동영상이 인기를 끌자 수많은 완구사들의 협찬이 줄을 이었지만 권 대표는 이를 철저히 배제했다. 캐리소프트의 콘텐트가 광고주 입맛에 맞춘 상업광고 형태로 변질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캐리소프트는 영상에 사용되는 장난감을 모두 구입하고 있 다.

“아이들의 눈은 섬세하고 예리해요. 장난감 박스나 상표가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사업 초기에 그런 영상을 몇 번 찍어봤는데 아이들이 외면하더군요. 아이들은 아주 솔직하기 때문에 더욱 진정성 있는 콘텐트로 다가가야 합니다. 창업 초기 아무리 힘들더라도 하루 한 편씩 새로운 동영상을 꼭 올린다는 ‘1일 1콘텐트’ 원칙을 세웠고, 지금도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캐리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50억원. 이를 기반으로 권 대표는 올해부터 캐릭터 상품, 키즈 카페, 문화센터 강좌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국을 필두로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권 대표는 “캐리소프트가 만든 동영상을 세계 50여 개국 어린이가 시청하고 있다”며 “철저한 현지화로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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